숟가락으로 두루치기를 먹다 - 김주태 몸으로 살던 때가 있었다 벽돌을 지고 계단을 오르면 아침부터 단내가 났다 그런 날이면 목에 때 벗긴다고 단골집에 둘러앉았다 노릿하게 익은 돼지 살점에 허기가 밀려와 급하게 젓가락 들면 손가락이 굳어 젓가락질이 되지 않았다 왼손으로 오른 손가락 마디를 주무르고 오른손으로 왼손 손가락을 풀어도 굳어진 손가락은 펴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숟가락으로 두루치기를 퍼먹었는데 양파를 많이 넣었는지 알싸하게 눈이 매웠다 조적공과 철근이 내 눈을 훔쳐보고 눈물 바람이나 하는 줄 알았는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이 판을 뜨라고 했다 골병이 몸에 박히면 빼내지 못한다고 하루빨리 접는 게 살길이라고 어서 이 판을 뜨라고 했다 *시집/ 사라지는 시간들/ 삶창 순대 골목 - 김주태 스무 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