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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 전시회 - 라이프 앤 조이

앙리 마티스 전시회를 다녀왔다. 지난 9월에 전시회 소식 듣고 바로 얼리버드 티켓을 샀다. 입장료 2만 원의 절반 값인 1만 원이다. 새해 들어 가야지 했다가도 자꾸 일이 생겨 미뤘는데 1월까지만 유효한 표여서 오늘 제대로 시간을 냈다. 요란한 전시회 홍보에 비해 내용이 그리 알차지는 않다. 전시장의 방대한 작품 수는 홍보한 그대로다. 그러나 유화는 한 점도 없고 대부분 드로잉 같은 흑백 작품으로 에칭, 석판화, 리놀륨컷, 아쿼틴트, 리도그래피 등이다. 가족끼리 온 관람객들이 수근거린다. "뭐, 별 거 없네."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딱 내 마음이 그랬다. 입장료 2만 원을 내고 보기에는 다소 중량감이 떨어진다. 그냥 마티스의 작품을 실물로 봤다는 정도에 위안을 삼는다. 이런 기회는 자주 오는 ..

여덟 通 2022.01.22

거꾸로 읽는 편지 - 최규환

거꾸로 읽는 편지 - 최규환 소양호 계곡으로 가는 길 기억의 매듭이 간격을 잃고 말았다 울음보따리 풀어놓듯 넘실대는 산자락들 봄볕이 좋아 망설이던 사이 묵언수행 중이던 먹보 행자의 겨울은 차고 외로웠다 다시는 돌아보지 않겠다던 서울살이였는데 초록이 짙고 다시 겨울이 찾아오던 해 그는 새벽에 핀 고드름처럼 투명한 결을 따라 처소를 옮겼다 지워진 숲의 얼굴도 있었다 불 그림 그리는 친구는 청평사 사천왕 옆에서 사문(寺門) 대들보를 물려받은 후 삼십 년 넘어서니 아들 하나 생겼다 했고 계곡의 얼음결을 따라 숨 죽여 읽고 또 읽었던 설경(雪景) 속 편지 나는 그해 겨울을 견디지 못해 호젓한 연못에 편지를 띄웠다 산사로 가는 첫배 거꾸로 가는 방법을 몰라 젖은 매듭으로 나풀거렸다 *시집/ 설명할 수 없는 문장들/..

한줄 詩 2022.01.22

짜장면, 곱빼기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 박찬일

짜장면에 대한 아주 맛있는 추억담이다. 지나치게 주관적인 것 빼고는 나무랄 데 없는 책이다. 한국인에게 짜장면은 영혼 음식이다. 한식이 아니면서 짜장면 만큼 친근한 음식이 또 있을까. 짜장면의 유래가 어떻게 되든 나는 짜장면은 한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음식이든 하늘에서 레시피가 딱 정해져서 떨어진 경우는 없다. 흔히 종가집 어쩌구 하는 한 집안의 음식도 대대로 내려왔다지만 남의 집 식구인 며느리가 시집 와 이어 받으면서 조금씩 변형을 한다. 한 국가의 음식도 그렇다. 그릇이 정해지고 재료가 전해지고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씩 재료가 첨가되면서 요리법도 변화 끝에 정착된 것이다. 짜장면이 중국 음식에 뿌리를 두었지만 한식이라고 해도 무방한 이유다. 이 책은 읽으면서 계속 침이 고인다. 세프이자 작가이기도 한..

네줄 冊 2022.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