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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도 있고 사람에게도 있지만 사람들이 더 민감한 - 박찬호

개에게도 있고 사람에게도 있지만 사람들이 더 민감한 - 박찬호 내가 너를 사랑하는지 네가 나를 감싸주는지 어차피 대화로 얘기하지 않아도 아는 것 육감으로 아는 것 개는 나에게 묻지 않지만 내 눈을 보고 아는 것 너는 나에게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는 그것 그만큼 예민하고 중대한 것 끝없이 눈에 보이고 마음에 차야 하는 것 개에게는 믿음으로 보이고 사람에게는 현물로 대신해 보이는 것 개에게는 모든 빗장을 풀지만 네게는 꼭 마지막 하나씩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 개나 사람이나 다들 느끼는 것 육감으로 알지만 너는 칠감(七感)으로 보이길 요구하는 것 그 사랑 무한할 거 같은 유한의 작은 사랑 *시집/ 꼭 온다고 했던 그날/ 천년의시작 확증편향 - 박찬호 그것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삶의 신념 혹은 지울 수 없..

한줄 詩 2022.02.03

소리의 거스러미 - 안태현

소리의 거스러미 - 안태현 너그러운 순환 노루귀 같은 말들과 우애하며 살자 그랬습니다만 눈을 뜨면 매일 첫 사냥을 나가는 것처럼 맨발의 감촉이 살아납니다 저녁엔 동굴로 돌아와서 불을 켜고 동사들의 야행성을 잠재웁니다 소금쟁이들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두 개의 고원 사이 살얼음 한 장 도무지 녹을 기미가 없는 아래층 남자가 팔팔 끓고 불콰해진 죽창이 어젯밤부터 내 쳐진 엉덩이를 노려보고 있습니다 여기, 내가 살고 있다는 말보다 그가 살고 있다는 말이 더 실감이 납니다 쏟아져 눈부시게 흩어지는 바둑알 또는 큰 대야에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 또는 희고 검은 건반처럼 내가 사랑하는 것들도 높은 파고가 되는 소리의 거스러미 아래는 아래를 쌓고 위는 위를 쌓아서 비무장지대 같은 공중정원이 완성된다고 누가 말했을까요 창..

한줄 詩 2022.01.30

대치동,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 조장훈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 요 근래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독성이 있는 책이다. 강북에 살기에 강남 갈 일이 많지 않다. 예전에 직장이 강남에 있을 때도 대치동까지 갈 일은 별로 없었다. 이 책은 현재 대한민국 부동산 시세와 학벌 생산지의 중심지로 어떻게 대치동이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대치동에서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처음엔 강사로 한때는 원장으로 또 한때는 진학 상담가로 수많은 학생과 부모들을 만났다. 대치동에 관해서 만큼은 빠삭한 사람이라고 해야겠다. 글도 아주 잘 쓴다. 이 책은 아파트 시세 차익 정보나 어떻게 자식을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처세술 책이 아니다. 자기 개발서는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독파하고 나면 대한민국의 현실..

네줄 冊 2022.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