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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전시회 - 봄을 기다리는 나목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박수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몇 번 박수근 작품전을 봤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다. 봄을 기다리는 나목이라는 시적인 제목도 마음에 와 닿는다. 이번 전시회 제목처럼 박수근 하면 박완서 선생과 뗄 수가 없다. 전시장 곳곳에 박완서 선생의 흔적이 보이고 선생이 쓴 책도 함께 볼 수 있다. 네 개의 전시장을 돌고 나면 박수근 화백 인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박수근 화백은 밀레의 그림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가난한 형편에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였고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한다. 당시 미술계는 일본에서 공부한 유학파가 주류였다. 박수근은 정식 학교도 나오지 않고 근본 없는 그림을 그린다는 이유로 홀대를 받았다. 그의 그림을 알아 본 외국인들..

여덟 通 2022.01.29

그런 사람을 누구라고 부르는가 - 이정희

그런 사람을 누구라고 부르는가 - 이정희 매운 연기의 아궁이로 몇 년 살다가 부글부글 끓는 밥솥으로 몇 년 살다가 다시, 솥뚜껑 들썩이는 화로 몇 년을 살았다 조리로 쌀알 일어 안치면 밥물이 자작자작 밥이 누룽지듯 속이 타고 입술이 타는 그런 시간들이 지났다 한 칸 한 칸 정량의 물이 소진되듯 무수한 반복으로 뜸을 들였다 그렇게 찔끔찔끔 물의 공간에서 불의 일렁거림을 거쳐 누룽지는 잔불의 시간 찬장 밑 막걸리가 식초로 발효되는 동안 두껍게 얇게 한 생애가 눌어붙는다 빈 아궁이로 식어가다 시커멓게 그을린 천정처럼 막막해지고 시래기처럼 햇살의 기울기에 뒤채는 그런 사람 어둡고 칙칙한 그 살강을 건너지 못하고 그을음으로 남은 사람 매운 연기도 없이 밥을 짓고 그을린 천정도 없는 눅지 않는 밥솥의 바닥 같은 그..

한줄 詩 2022.01.29

어느 친구의 죽음 - 박인식

어느 친구의 죽음 - 박인식 오래 못 본 친구에게 전화 넣었다 아내가 대신 받아 애 아빠가 지금 막 숨을 거둬,,,, 그녀 통곡에 깨어난 꿈 나는 곧 그 친구가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난 사실을 기억해내 친구 아내에게 전화 걸었다 이번에는 아내가 아니라 죽은 친구가 전화 받더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죽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잖아 거기가 어디야 그때가 언젠데 이제야 전화하는 거야 친구의 놀란 목소리에 다시 깨어나도 여기가 어디인지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 없는 꿈 속의 꿈 *시집/ 내 죽음, 그 뒤/ 여름언덕 뒤돌아보니 - 박인식 꼬마야 누가 불러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었고 쇼윈도 유리창에 웬 백발 노인네만 비쳤던 고개 한 번 돌렸는데 일생이 다 흘러가버린 거기 여기는 할아버지 부르는 소리에 뒤돌아보면 꼬마의..

한줄 詩 202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