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에게도 있고 사람에게도 있지만 사람들이 더 민감한 - 박찬호
내가 너를 사랑하는지
네가 나를 감싸주는지
어차피 대화로 얘기하지 않아도 아는 것
육감으로 아는 것
개는 나에게 묻지 않지만
내 눈을 보고 아는 것
너는 나에게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는 그것
그만큼 예민하고 중대한 것
끝없이 눈에 보이고 마음에 차야 하는 것
개에게는 믿음으로 보이고
사람에게는 현물로 대신해 보이는 것
개에게는 모든 빗장을 풀지만
네게는 꼭 마지막 하나씩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
개나 사람이나 다들 느끼는 것
육감으로 알지만
너는 칠감(七感)으로 보이길 요구하는 것
그 사랑
무한할 거 같은 유한의 작은 사랑
*시집/ 꼭 온다고 했던 그날/ 천년의시작
확증편향 - 박찬호
그것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삶의 신념
혹은
지울 수 없는 인생의 흔적
모든 일에 후회 없고 부끄럼 없이 강건했던 그때
너를 옳게 가려 했던 방법이었다
그것은 옳은 방법이었다
지금도
아니, 지금의 이것은
지울 수 없는 과거를,
꼭 기억하고 싶은 나를,
영원이 잊지 말아야 하는 너를
기억하는 유일한 방법
지나면 다 안다
누구나 가슴 깊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그것
속으론 다 알고 있다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단순 명료한 것
아주 간단한 것
그렇다고 보는 것
그 보편타당한 삶의 태도
그간 나를 이끌어 온 구원의 방식
나는 정말 옳은 길이라 믿었다
바른 길이라 믿었다
믿고 있다
믿는다
# 박찬호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20년 월간 <시> 추천시인상, 계간 <미래시학>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꼭 온다고 했던 그날>이 첫 시집이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떠나던 날들의 풍경 - 이성배 (0) | 2022.02.03 |
---|---|
어떤 평화주의 - 박소원 (0) | 2022.02.03 |
소리의 거스러미 - 안태현 (0) | 2022.01.30 |
그런 사람을 누구라고 부르는가 - 이정희 (0) | 2022.01.29 |
어느 친구의 죽음 - 박인식 (0) | 2022.0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