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개에게도 있고 사람에게도 있지만 사람들이 더 민감한 - 박찬호

마루안 2022. 2. 3. 19:17

 

 

개에게도 있고 사람에게도 있지만 사람들이 더 민감한 - 박찬호

 

 

내가 너를 사랑하는지

네가 나를 감싸주는지

어차피 대화로 얘기하지 않아도 아는 것

육감으로 아는 것

 

개는 나에게 묻지 않지만

내 눈을 보고 아는 것

너는 나에게 끊임없이 묻고 확인하는 그것

그만큼 예민하고 중대한 것

 

끝없이 눈에 보이고 마음에 차야 하는 것

개에게는 믿음으로 보이고

사람에게는 현물로 대신해 보이는 것

 

개에게는 모든 빗장을 풀지만

네게는 꼭 마지막 하나씩은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것

개나 사람이나 다들 느끼는 것

육감으로 알지만

너는 칠감(七感)으로 보이길 요구하는 것

 

그 사랑

무한할 거 같은 유한의 작은 사랑

 

 

*시집/ 꼭 온다고 했던 그날/ 천년의시작

 

 

 

 

 

 

확증편향 - 박찬호

 

 

그것은 누구에게나 다 있는 삶의 신념

혹은

지울 수 없는 인생의 흔적

모든 일에 후회 없고 부끄럼 없이 강건했던 그때

 

너를 옳게 가려 했던 방법이었다

그것은 옳은 방법이었다

지금도

아니, 지금의 이것은

지울 수 없는 과거를,

꼭 기억하고 싶은 나를,

영원이 잊지 말아야 하는 너를

기억하는 유일한 방법

 

지나면 다 안다

누구나 가슴 깊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그것

속으론 다 알고 있다

 

생각해 보면

무척이나 단순 명료한 것

아주 간단한 것

그렇다고 보는 것

그 보편타당한 삶의 태도

그간 나를 이끌어 온 구원의 방식

 

나는 정말 옳은 길이라 믿었다

바른 길이라 믿었다

믿고 있다

믿는다

 

 

 

 

# 박찬호 시인은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2020년 월간 <시> 추천시인상, 계간 <미래시학> 신인문학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꼭 온다고 했던 그날>이 첫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