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행 따라가는 데에 젬병이다. 최신 휴대폰이 나왔다고 바로 달려가지 않는다. 심지어 새폰으로 바꿀 때도 한두 해 지난 구형 모델을 선택한다. 옷이나 구두, 시계 같은 패션 유행과 속칭 핫플이나 맛집에도 별 관심이 없다. 그래도 사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딱 최신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것은 출판물이다. 지독한 활자중독자라고 할까. 단 하루도 시집을 펼치지 않거나 글을 읽지 않으면 밥을 굶은 것처럼 허전하다. 만 원짜리 점심 메뉴와 만 원짜리 시집 중 선택해야 한다면 당연 시집을 집는다. 물론 굶으면서까지 책을 읽고 싶지는 않다. 김밥같은 싼 메뉴로 끼니를 때울지언정 관심 가는 책을 외면하지 않는다. 읽고 싶은 책을 사지 못할 정도로 궁핍하진 않으나 책 읽을 시간이 가난한 것은 맞다. 그동안 시간을 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