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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자꾸 같이 살자고 하는데 - 김륭

비행기가 자꾸 같이 살자고 하는데 - 김륭 없는 것이다 하늘은, .....그렇게 생각하니까 혼자 사는 것이다 죽은 줄도 모르는 것이다 몇 달 후 혹은 몇 년 후 어쩌다 발견해 줄 사람은 있겠지만 죽은 사람이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지만 죽은 사람마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혼자 논다 가끔씩 배달되는 자연 한 박스를 열면 나오는 멸종된 새가 같이 놀자고 떼를 쓰기도 하지만 혼자는 기어코 없는 것이다 밤이 없어서 달과 별을 만들 수 없고 낮이 없어 거울조차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사랑이 되기 위해 사람을 너무 많이 죽인 것이다. 문득 하늘을 조금 남겨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나 하면서 혼자 사는 것이다 침대에 누워 본다 저런, 모기가 비행기 흉내를 내고 있다 ......쯧쯧 ..

한줄 詩 2022.02.11

원 세컨드 - 장이모

간만에 참으로 감동적인 영화를 봤다. 극장에서든 넷플릭스에서든 상위권을 차지하는 영화는 죽고 죽이는 범죄 영화나 일단 웃기는 게 우선인 오락 영화다. 코로나에 살기도 팍팍한데 영화라도 재밌어야 한다면 동의하겠다. 이 영화는 장이모 감독의 최근작이다. 초창기 영화 만큼은 아니나 그래도 영화가 과연 어때야 하는지를 제대로 알려준 작품이다. 영화제를 Film Festival이라 하지만 사진이든 영화든 요즘 필름으로 찍는 경우는 드물다. 훗날 필름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중국 문화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든 것을 관이 주도하는 시대에 집단 생활을 하는 주민들의 유일한 문화 생활은 영화 보기였다. 중국의 어느 소도시에 낯선 남자가 영화를 보기 위해 찾아 온다...

세줄 映 2022.02.10

표류하는 독백 - 강재남

표류하는 독백 - 강재남 저녁이 늦게 와서 기다리는 일밖에 할 줄 모르고 저녁이 늦게 와서 저녁 곁에서 훌쩍 커버릴 것 같았다 담장에 기댄 해바라기는 비밀스러웠다 입술을 깨물어도 터져 나오는 씨앗의 저녁 해바라기의 말을 삼킨 나는 담장으로 스며들고 싶었다 물기 없이 늙고 싶었다 저녁이 늦게 와서 내 말은 먼 곳으로 가지 못하고 아직 쓰지 못한 문장이 무거웠다 생의 촉수는 무거운 침묵으로 뿌리내리고 내가 나를 알아볼 때까지 등을 쓸어안아야 했다 꽃잎 떨어지는 소리가 눈동자에서 글썽이는 걸 알았다면 어떤 죄책감도 담아두지 마라 할 걸 말이 말이 아닌 게 되어 돌아왔을 때 여전히 침묵하지 마라 할 걸 저녁은 저녁에게 총구를 겨누고 저녁의 총구에서 검은 꽃이 핀다는 걸 저녁이 늦게 와서 알지 못했다 저녁이 늦게..

한줄 詩 2022.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