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관계 - 최규환 신형 휴대폰을 쓰게 되었다 손가락에 마비가 올 정도로 연습을 해도 세상의 편의를 따라가지 못했다 글로벌 뱅킹으로 가입해 외국인으로 살 뻔도 했다 다음 생은 집 나간 아내가 뜬금없는 소식을 전해오거나 헤어지고 돌아오는 딸의 울먹임에 어쩔 줄 모르는 공중전화로 살고 싶었다 다음날도 그런 생각이 지워지질 않았다 버릇에 길들여지다 보면 습관이 되는 것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는 몰라도 다행스럽게 그때까진 이렇게 살아도 될 듯싶지만 안과 바깥 사이 그 너머를 꿈꾸는 덜떨어진 멍청이로 사는 게 좋아서 마음만으로 사는 일이 힘든 오후 세상을 앉히지 않은 오랜 누각처럼 둥둥 떠 있다가 네모진 무게 안으로 나를 넣어두려는 미련일지라도 어느 날 흐르는 강물의 찬찬한 넉살로 남고 싶어 행여, 라는 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