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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 오광석

집으로 가는 길 - 오광석 해가 미처 떠나지 못한 독산동 거리는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공장 건물 뒤로 연붉은 석양이 칠해졌다 몰려나오는 사람들이 순례자들처럼 식당가로 걸으며 성스러운 풍경화가 그려졌다 그가 그림 속에서 서성였다 검푸른 점퍼에 손을 끼운 채 한 식당 앞에 박혔다 기계의 내일을 위해 윤활유를 부어 주는 일은 늘 그의 몸에도 적용시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항상 출근하는 길보다 짧았다 얼큰하고 경쾌한 귀가가 끝나고 좁은 원룸 속에서 지친 몸을 뉘었다 누워서 바라보는 원룸 창문은 커다란 캔버스 끈끈한 유화 같았다 그림 속에서 돌아온 그는 가위로 달을 잘라 반만 걸어 놓았다 나머지 반은 잘게 부숴 별 알갱이로 만들었다 어두운 거리 사방으로 달았더니 별 빛나는 밤거리가 되었다 거리에서 그는 늘 고..

한줄 詩 2022.02.16

지구에서 만났다 - 류흔

지구에서 만났다 - 류흔 나는 지구에 온 사람 지구에 와서 동사무소에 등록을 했고 지구에서 아내를 만났다 지구에 와서 종일 중얼거리는 비를 만났으며 지구에 와서야 말없는 돌과 그보다 신중한 바위를 만났다 지구에 와서는 만나는 것들의 연속 목청 큰 천둥과 가시 공을 나에게 던지는 너도밤나무를 만났다 등을 둥글게 말아 엎드려뻗친 후 폭포 위에서 발광하는 무지개와 나처럼 지구에 온 사람 몇을 은밀히 만났다 많은 별 중에 내가 떠나온 별이 밤새 저렇게 울어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요즘 아내는 나의 정체를 눈치챈 듯하다 저녁에 자세히 씻지 않았으며 돌아누워 새벽까지 정숙하다 그러나 나는 예서 사람이 된 사람 지구에서 잔뼈가 굵은 아내를 위해 나는 기꺼이 체류를 결심했다 *시집/ 지금은 애인들을 발표할 때/ 달아..

한줄 詩 2022.02.16

굶주림, 가장 슬픈 일

좋은 잡지 시사IN을 보다 사진 한 컷에 오래 눈길이 간다. 아프리카 이야기다.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아 농사는커녕 초지 자체가 사라졌다. 환경 재앙이다.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가축인들 오죽할까. 사진은 지붕의 볏짚을 벗겨 굶주린 가축에게 먹이는 장면이다. 세 마리 소는 저들에게 유일한 재산인데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굶겨 죽일 수 없어 지붕의 짚을 걷어낸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불공평하다. 한쪽에서는 굶고 한쪽에서는 남아 버린다. 한국에서 버려지는 음식은 얼마일까. 가정에서든 식당에서든 먹다 남겨 버려지는 음식으로 처리 비용이 엄청나다. 그로 인한 환경 오염은 또 얼마나 심각한가. 산책 나온 애완견들도 비만으로 뒤뚱거린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이렇게 굶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지..

열줄 哀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