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밥 - 김남권 혼자 먹는 밥은 눈물이 절반이다 젓가락질 한 번 할 때마다 마주 앉고 싶은 한 사람을 떠올린다 싱거운 콩나물무침을 밥에 올려놓고 한참을 망설이던 순간 대학로 어느 분식집 귀퉁이에서 떡라면을 사주던 가난한 시절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고춧가루를 털어 넣은 겨울 뭇국 한 숟가락 떠먹다가 앙큼하게 순결을 바치고 떠난 고 계집애가 떠올라 목이 메었다 평생 밥을 혼자 먹었지만, 생의 한 마디를 지나서도 여전히 혼자 먹는 밥은 그리움이 절반이다 김치조각 하나에도 왼쪽 가슴이 떨리는데 아직 봄이 오려면 한 달이나 남았는데 선홍빛 진달래 한 송이는 어쩌자고 눈 밑에 피어나 저 홀로 아롱아롱 눈물을 삼키고 있을까 *시집/ 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 시와에세이 페이스메이커 - 김남권 육십 평생을 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