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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밥 - 김남권

혼자 먹는 밥 - 김남권 혼자 먹는 밥은 눈물이 절반이다 젓가락질 한 번 할 때마다 마주 앉고 싶은 한 사람을 떠올린다 싱거운 콩나물무침을 밥에 올려놓고 한참을 망설이던 순간 대학로 어느 분식집 귀퉁이에서 떡라면을 사주던 가난한 시절의 한 사람이 떠올랐다 고춧가루를 털어 넣은 겨울 뭇국 한 숟가락 떠먹다가 앙큼하게 순결을 바치고 떠난 고 계집애가 떠올라 목이 메었다 평생 밥을 혼자 먹었지만, 생의 한 마디를 지나서도 여전히 혼자 먹는 밥은 그리움이 절반이다 김치조각 하나에도 왼쪽 가슴이 떨리는데 아직 봄이 오려면 한 달이나 남았는데 선홍빛 진달래 한 송이는 어쩌자고 눈 밑에 피어나 저 홀로 아롱아롱 눈물을 삼키고 있을까 *시집/ 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 시와에세이 페이스메이커 - 김남권 육십 평생을 눈 ..

한줄 詩 2022.02.19

나는 나답게 나이들기로 했다 - 이현수

사다 놓고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다 뒤늦게 읽은 책이다. 시간에 쫓기고 책 읽는 동력이 예전보다 떨어졌는데도 책에 대한 욕심은 꺼질 줄 모른다. 이 책에 대한 갈망을 언제쯤 떼어 놓을 수 있을까. 어쨌든 이 책은 건강 에세이 읽듯이 흥미롭게 읽었다. 저자가 남자인 줄 알았는데 읽어 가면서 여성임을 알 수 있다. 수십 년간 병원과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을 접해온 심리학 박사다. 50 이후의 마음 가짐과 건강한 삶을 누리고 죽음을 대비하는 심리까지 꼼꼼하게 썼다. 누군들 나이 먹는 걸 좋아할까마는 저자는 늙어서 좋은 것 딱 하나는 지혜라고 했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내 주변의 노인들은 나이 먹을수록 지혜와 포용심이 느는 것이 아니라 심술과 고집이 늘어난다. 50대 끝자락인 나부터 보자. 저자는 조금..

네줄 冊 2022.02.19

길고양이 - 박숙경

길고양이 - 박숙경 어둠을 사랑한다는 말과 도둑이라는 누명의 말은 왠지 은밀히, 라는 말과 잘 어울리죠 눈물을 사랑해요 심심한 날이면 자음 모음을 허공에 던져 흩어진 낱말을 낚기도 해요 처녀자리에 영역 표시를 하는 건 우리들만은 아니죠 슬퍼질 때는 잘게 다져진 별빛으로 심장 한복판에 눈물의 뼈대를 그려요 본능은 잔인하기도 해서 기억해야 할 것은 잊어버리고 잊어버려야 할 것은 기억해요 그러므로 우리는 유죄라는 붉은 글씨를 가슴에 새기죠 벽과 벽 사이를 사랑해요 그림자들의 수군거림을 엿듣거나 바람의 목격담이 들려오면 우울해져 헛기침이 나요 아무렇게나 흘려놓은 몇 마디와 팽팽해진 밤의 감정이 손을 잡으면 어둠으로 깊어져 눈빛이 흐려져요 안개 같은 사랑을 꿈꿔왔어요 안개는 안개를 외면하지 않아요 나지막이 안개가..

한줄 詩 202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