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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뎌야 희망이다 - 박지영

견뎌야 희망이다 - 박지영 하루 치의 노동이 환전되는 곳 넓은 펜스 안의 마당에서는 풀섶에 떨어진 민들레마저 씨가 되어 높은 고철 담장을 넘기까지 넝마주이와 숨어든 이웃들의 슬픈 이야기들이 거래되는 곳 매일 풀섶에 눕고 둑방 길 아래 개천에 별처럼 숨어 있는 먹이들을 찾아 새들이 훑듯이 아버지가 가난한 삶을 견디는 넝마주이들에게 희망을 나누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집/ 돼지고물상 집 큰딸/ 실천문학사 넝마주이에 대한 애상 - 박지영 매일 마주한 그들의 웃음은 비린내가 났다 잘못된 선택이 인도한 삶과 하루의 고단함 또한 그럴진대 꽃을 볼 여유도 없이 하루 종일 떠돌다 고물을 얻지 못하면 펜스에 마주한 채 오줌을 누고는 했다 지린 펜스를 지나며 꽃들을 보는 우리 남매는 코를 잡고도 꽃을 바라보았다 허기진 그늘..

한줄 詩 2022.02.21

월간 현대시 2월호, 발견 시

#김춘수 선생의 그 유명한 시 의 첫 문장은 이렇다. . 맞다. 구구절절 맞다. 이번 달 현대시에 나온 시 중에서 김승희 시인의 시가 그랬다. 아무리 좋은 시를 발표해도 독자가 읽어 주지 않는 시는 의미가 없다. 친분 있는 시인들끼리야 서로 읽어 주고 빨아 주며 품앗이를 하니 넘어 가자. 생각보다 시인들이 남의 시를 잘 읽지 않는다. 그저 글거리 소재로 활용할 때뿐 자기 시에 취해 사는 사람들이다. 시 읽는 사람보다 시 쓰는 사람이 더 많은 현실에서 써서 즐겁고 읽어서 괴로운 시 또한 얼마나 많던가.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사람에겐 관심 없고 오직 자기 차례에 부를 노래 찾는 것에 정신을 쏟는 것과 다름 없다. 이번 호에서 공감 가는 시 한 편 만나지 못하고 그냥 넘어 가나 했는데 김승희 선생의 시가 있..

여덟 通 2022.02.21

별것도 없는 봄을 기다리다니 - 박찬호

별것도 없는 봄을 기다리다니 - 박찬호 회양목 낮은 줄기 사이로 노란 꽃이 필 날도 이제 멀지 않았어 그때가 되면 봄도 오는 게지 겨우내 남극의 펭귄 떼처럼 서로의 등에 기대어 칼바람을 피하던 회양목은 그래서 항상 무더기로 자라는 게지 외롭지 말라고 낮고 작은 것들은 뭉쳐야 산다고 누구도 관심 두지 않는 것들은 스스로 알아서 살아야 한다고 매해가 그렇게 스스럼없이 오고 또 가고 한겨울을 올곧게 이겨 낸 낮은 가지들에게 축복처럼 별빛이 내리는 밤 살아 있으니 보기 좋다 꿋꿋하니 대견하다 아직도 그렇게 함께 의지하니 눈물 난다 조금만 지나면 나아질 게야 이제 상원(上元)도 막 지났으니 정말로 봄도 멀지 않은 게지 그렇게 봄은 올해도 또 오려는 게지 분명 벚꽃이 필 무렵에 조용히 오려는 게야 그러면 분명 나아..

한줄 詩 202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