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이력서 - 김명기 손은 밥을 버는 힘이다 인디언들은 손의 힘을 돋우기 위해 사냥 나서기 전날 밤 밤새 손바닥을 두드리거나 손으로 북을 쳤다 막노동 새벽밥 사십 년이나 먹었다는 목수 오야지 황 씨 벌겋게 달아오른 드럼통에 언 손을 녹이고 허리춤에 장도리를 빼내어 굵은 손가락 마디를 두드린다 "요로코롬 두딜기 주야 곱은 것이 바로 펴지제 하도 두딜기서 손도 지 손인지 모를 것이여 손바닥을 두딜기면 굳은살 땜시 튕겨 나온당게" 살리겠다고 내민 손을 해치는 줄 알고 물어 버린 개 버림받은 상처가 고스란히 손등에 옮았다 상처를 붕대로 감싸고 보니 잡힌 저나 잡아 온 나도 한동안 밥걱정은 덜겠구나 싶은 날 인디언처럼 늙은 목수처럼 상처 입은 내 손이 모처럼 선해 보인다 *시집/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