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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용 - 장석주

내 마음속 용 - 장석주 -이중섭을 위하여 그대 때문에 세상이 한층 살 만해진다. 갚을 길 없는 그대에 대한 내 마음의 빚 한국 소처럼, 뿔을 치켜세운 분노도 슬퍼 마음의 무거움 잠시 벗고 가벼워지면, 어제는 몹시 외로웠다고, 오늘은 못 견디게 그리웠다고, 너를 사랑한 것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라고, 사랑하는 이에게 엽서를 쓰자. -나는 세상을 속였어. 예술을 한답시고 공밥만 얻어먹고 공술만 얻어먹고 놀았어. 후일 무엇이 될 것처럼. 나는 이 세상에 죄송해. *시선집/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난다 옛 노래 - 장석주 저녁으로 감자를 구워놓고 무쇠 난로 연통가에 젖은 옷 마르기를 기다렸네. 목수인 아버지는 늘 귀가가 늦고 낮은 담벼락 담뱃값만하게 박힌 창문으로 알전구 불빛 병아리 오줌만큼 흘러..

한줄 詩 2022.03.12

등화관제가 필요한 시간 - 정덕재

등화관제가 필요한 시간 - 정덕재 허리 두께가 확연히 다른 남자와 여자가 길을 걸어간다 남자는 인도와 차도를 가르는 경계석을 밟고 간다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는 10대 남자와 여자가 바닥에 연신 침을 뱉는다 보도블럭 사이 물길이 흥건하다 택시를 잡는 취객 하나가 손을 흔든다 손을 흔들 때마다 길 가운데로 들어간다 밤이 길어 귀가하지 않는 사람 밤이 길어 불이 꺼지지 않는 간판 밤이 길어 달리는 택시 지팡이도 길을 잃는 누구도 보행하지 못하는 암흑이 필요하다 등화관제를 알리는 사이렌은 몸과 마음의 교대근무를 알리는 신호였다 *시집/ 치약을 마중 나온 칫솔/ 걷는사람 윤수일의 쓸쓸한 아파트 - 정덕재 8천 5백 설마 8천 5백 원은 아니겠죠 1억 5천 2억 3천 3억 2천 4억 5억 7천 7억 9천 9억 ..

한줄 詩 2022.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