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 용 - 장석주
-이중섭을 위하여
그대 때문에 세상이 한층 살 만해진다.
갚을 길 없는 그대에 대한 내 마음의 빚
한국 소처럼, 뿔을 치켜세운 분노도 슬퍼
마음의 무거움 잠시 벗고 가벼워지면,
어제는 몹시 외로웠다고,
오늘은 못 견디게 그리웠다고,
너를 사랑한 것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라고,
사랑하는 이에게 엽서를 쓰자.
-나는 세상을 속였어.
예술을 한답시고 공밥만 얻어먹고
공술만 얻어먹고
놀았어.
후일 무엇이 될 것처럼.
나는 이 세상에 죄송해.
*시선집/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난다
옛 노래 - 장석주
저녁으로 감자를 구워놓고
무쇠 난로 연통가에 젖은 옷 마르기를 기다렸네.
목수인 아버지는 늘 귀가가 늦고
낮은 담벼락 담뱃값만하게 박힌 창문으로
알전구 불빛 병아리 오줌만큼 흘러나올 때
내 방황의 발걸음 행복했었네.
가난한 아이들 웃음소리 기쁜 개나리꽃으로
다닥다닥 피어나 강물처럼 젖은 몸으로
오늘 변두리 옛 동네를 지나면
어설픈 철망으로 막아놓은 철거민들의 무너진 살림터
때로는 가는 길이 슬픈 적도 있지만
가슴에 품은 퇴색한 옛 사진 한 장
행복은 추억으로만 남는 거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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