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건축 - 최백규 우리는 그저 혈관 아래 불을 지피는 개들이었다 지하상가 라디에이터 앞에서 피 묻은 손바닥을 덥히며 재미있었다고 그래도 다시는 못하겠다 같은 말이나 흘리다가 웃을 날이 번질 테지만 아직 불발인 폭죽에 계속해서 성냥만 긋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이해하니까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욕설조차 없이 떠나버려도 녹슨 세면대처럼 여기에 있다 개의 이빨로 얼음을 깨무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매일 하나씩 악몽들 적어 선물하면 언젠가 눈빛이 조금 더 사나워져 있을까 관에 들어가 묶이는 건 포토 부스 안처럼 뻣뻣하고 어색할까 막연하게 그려보는 너의 노년은 언제나 혼자여서 어디서부터 놓아주어야 할지 따위의 생각만 잔뜩 했다 턱을 괸 염색이 제대로 먹지 않아 슬픈 너와 손을 잡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