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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어내고 덜 버리고 - 오한빛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이런 류의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예전엔 환경문제를 그저 입으로 떠들었다면 소극적이나마 실천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거창할 것은 없다. 이 책 제목처럼 덜어내고, 덜 먹고, 덜 버리자는 거다. 무턱대고 실천하기보다 이런 책을 읽고 자극을 받거나 공부를 하면 된다. 그러다가 작은 것부터 조금씩 실천해 보는 거다. 좋은 자동차나 명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남의 차와 옷차림에도 관심을 두기 마련이다. 나는 그런 것보다 되레 이런 책에 관심이 간다. 옷장에 옷이 가득한데도 입을 옷이 없는 것처럼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이 책의 저자는 미혼의 젊은 여성으로 친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한창 멋을 부리고 꾸미는 데 돈을 쓸 나이인데도 화장도 몇 가지 기초 화장 외에는 하지 않고 옷도 교복처럼..

네줄 冊 2022.03.19

구름의 행로 - 복효근

구름의 행로 - 복효근 어제는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왔으므로 구름은 동쪽으로 흘러갔다 오늘은 바람이 불지 않았는데도 구름은 흘러갔다 아침녘엔 어치가 와서 놀다 갔는데 오후엔 물까치가 왔다 갔다 다시 새를 기다리는데 가까운 선배 모친 부음이 왔다 잠히 후엔 거리조차 먼 선배 모친의 부음이 왔다 둘 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먼 쪽을 택해 조문을 갔다 빈소에 아는 조문객도 없고 해서 슬그머니 나와 바닷가 횟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아닌 쪽에서 부음이 오기도 하고 없는 쪽에서 구름이 오기도 한다 내가 가는 날 아주 먼 후배가 조문을 왔다가 가까운 중국집에서 짬뽕을 먹고 갈지도 모를 일 내일은 박새가 몇 마리 놀러 올지도 모른다 혹은 아무것도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집/ 예를 들어 무당거미/ 현대시학사 장례식장 엘리베..

한줄 詩 2022.03.19

홀로 남은 등 - 김남권

홀로 남은 등 - 김남권 쓸쓸함이 어둠의 등 뒤로 소리 없이 쌓이고, 울음소리 감춘 새벽을 걸어 나와 풀잎 아래 이슬로 눕는다 동이 트도록 풀잎의 뒤척이는 소리로 강물은 깨어나고 하늘의 첫 물을 길어와 홀로 남은 별을 씻었다 별도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지상의 슬픈 등 하나를 보려고 수억만 년 고향을 버리고 내게 왔다 지친 하늘의 몸을 누이려고 꽃을 한 아름 안고 왔다 햇살이 빛나는 동안에도 홀로 남은 등은 빈 그림자를 안고 말이 없었다 한 번도 안겨본 적 없는 등에는 굳은살이 배겨 있었다 그림자도 나이를 먹으면 단단해진다는 걸 처음 알았다 누군가를 안아보면 안다 가슴이 시린 사람의 등에선 북소리가 난다는 것을, 속이 텅 비어 있어서 누군가 두드려주지 않으면 저 홀로 바람에 길들여진 채 갈라..

한줄 詩 2022.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