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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인류 - 송병건

경제학자인 송병건 선생의 책이다. 코로나로 2년 넘게 온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지금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소설책 읽듯이 흥미롭게 읽었다. 질병과 자연재해로 인류가 겪어온 역사를 대중적인 문체로 잘 썼다. 가령 14세기 중엽에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 3분의 1이 사망하는 바람에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런 악조건에도 인류는 꿋꿋하게 살아 남았다. 혼자는 나약하지만 집단은 강하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고 하겠다. 16세기 신대륙에 상륙한 유럽인이 천연두를 전염시키는 바람에 원주민이 줄줄이 죽어나간 사실도 알게 된다. 그 외에 얼마나 많은 질병이 인간의 목숨을 위협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홍역과 콜레라로 숱한 죽음을 가져온 질병사도 설명한다. 지..

네줄 冊 2022.03.21

연대기 - 육근상

연대기 - 육근상 강물이 무명의 종이처럼 버드나무 가지 매달린 헝겊처럼 칼빛으로 출렁거린다 지난겨울에는 물결 소리 견디지 못한 강물 다 얼어붙었다 며칠 전에는 매바위 넘던 노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머릿수건 고이 풀어놓고 물살 건너갔다 산작약은 또 무슨 억울한 사정 있어 싸락비 불러내어 이마 쿵쿵 찧고 있는가 봉분 옆으로 양단 마름이나 끊어다 입힌 듯 할미꽃 고개 끄덕인다 나는 아버지가 매어놓은 뱃머리 마을 살면서 달빛이며 꿩이며 풀잎의 서러운 얘기 다 들어주었다 오늘 밤에는 강물이 남은 신에 다 털어놓는 듯 너울너울 흘러간다 *시집/ 여우/ 솔출판사 이 몸이여 홀로 살아가는구나* - 육근상 나는 이제 빨랫줄에 해지고 구멍 난 셔츠로 걸려 있다 바람 들락거리기 좋았으니 풀 먹은 베옷처럼 얼어 앙상한 갈비뼈..

한줄 詩 2022.03.20

마스크 꽃 - 박수서

마스크 꽃 - 박수서 - 코로나 19 봄꽃도 피지 않았는데 먼저 사나운 바람이 불어왔지 바람은 세상의 꽃잎을 때리고 울렸어 멍든 개나리꽃이 누렇게 놀라 주저앉아 버렸고 병든 개망초는 부전나비에게 젖을 물리지 못했어 접시꽃은 잎겨드랑이가 쑤시고 절려 밥을 짓지 않았어 세상은 바람에 혼쭐이나 콜록콜록 계절을 보냈고 이윽고 겨울이 왔어 바람은 더욱 기운이 왕성해졌고 집밖으로 나가는 일이 무서운 애기동백은 바람이 멈출 때까지 방바닥에 엎드려 기다리고 있어야 해 세상 꽃이 아파 꽃밭은 벽처럼 바람막이가 꽂혔어 꽃도 꽃들끼리 어울려야 예쁘고 꽃다울 텐데, 걱정하지 마 흰 꽃, 검정 꽃 사람들의 입을 막고 착한 꽃폈으니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꽃피는 일은 무사할 거야 *시집/ 내 심장에 선인장꽃이 피어서/ 문학과사람 ..

한줄 詩 2022.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