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인 송병건 선생의 책이다. 코로나로 2년 넘게 온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든 지금에 딱 어울리는 책이다. 다소 두꺼운 책이지만 소설책 읽듯이 흥미롭게 읽었다.
질병과 자연재해로 인류가 겪어온 역사를 대중적인 문체로 잘 썼다. 가령 14세기 중엽에 흑사병으로 유럽 인구 3분의 1이 사망하는 바람에 심각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런 악조건에도 인류는 꿋꿋하게 살아 남았다. 혼자는 나약하지만 집단은 강하다는 것을 잘 알려준다고 하겠다. 16세기 신대륙에 상륙한 유럽인이 천연두를 전염시키는 바람에 원주민이 줄줄이 죽어나간 사실도 알게 된다.
그 외에 얼마나 많은 질병이 인간의 목숨을 위협했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홍역과 콜레라로 숱한 죽음을 가져온 질병사도 설명한다. 지금이야 거의 없는 전염병이지만 예전에는 홍역이나 천연두에 걸리면 넷 중 하나는 죽었다고 한다.
백년 전에 유럽을 휩쓸고 지나간 스페인 독감 때도 치명율이 굉장히 높았다. 열 중 한 명 꼴로 사망했다고 한다. 아마 코로나가 그때 창궐했다면 치명율 또한 스페인 독감 못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 백신도 빨리 개발했고 치료약도 좋아진 의료 발달에 감사할 일이다. 이것만 봐도 내가 지금 태어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지갑은 잊더라도 마스크는 꼭 챙겨야 하는 세상이다.
이밖에 책에서는 지진이나 홍수 같은 자연 재해로 엄청난 사람이 죽어 나간 역대급 죽음을 설명한다.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옛날에 비해 재난 예방을 잘 한다고 해도 예고 없이 찾아 오는 지진 같은 재해는 늘 인류를 위협한다.
마지막 장은 지금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전염병 코로나다. 처음엔 몇 달 견디면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이렇게 오래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이 정도에서 막아 낸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마음을 다잡는다.
새삼스럽지만 코로나로 인해 당연한 것이라 여겼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감한다. 책에 실린 일부를 옮기며 마무리 한다.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하루 빨리 예전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 간절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대중교통 이용하기,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잡담하기, 직장에서 동료들과 회의하고 식사하기, 가까운 벗들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고 노래방에서 한 곡씩 노래하기, 종교시설에 가서 예배를 보고 공부 모임에 참석하기, 연극과 공연을 관람하고 좋아하는 출연자의 사인 받기,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사우나에서 땀 빼기, 철 따라 여기저기로 여행을 떠나고 지역 맛집 탕방하기, 명절마다 가족과 친척이 만나 함께 보내기 등 이루 나열하기 힘든 그저 그런 평범한 일상들에도 높은 장벽이 둘러쳐진 듯하다. 이제 마스크와 소독제 없는 생활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진다. *책에 나온 일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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