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히트의 탄생 - 유승재

마루안 2021. 10. 22. 22:09

 

 

 

재밌게 읽었다. 오십대에 접어들면서 노후 대책보다는 추억을 되새기는 일이 잦아졌다. 이런 책이 눈에 쏙 들어오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책 외에는 신상품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없는 편이다. 가령 스마트폰을 주변 사람들 다 갖고 있어도 홀로 폴터폰을 썼다.

 

모임에서 연락 수단을 전화가 아닌 카톡으로 통일하자 어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썼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을 제대로 유지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도 많은 부분에서 여전히 아날로그로 산다. 나는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다는 공동인증서를 아직 이용한다.

 

공동인증서가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고 오히려 익숙해서 더 편하다. 보안? 과연 나한테 보안을 요구할 만한 일이 있을까. 비밀 번호도 최대한 기억하기 좋은 것으로 한다. 공짜나 요행을 바라지 않고 살면 보안에서 다소 자유로워진다.

 

이런 책이나 시집 같은 신간 도서라면 모를까 유행하는 옷이나 새로 나온 모바일 같은 것에도 큰 관심이 없다. 경마장이나 카지노, 오락실도 가본 적 없고 복권이나 로또를 한 번도 사본 적 없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것이 내 인생 철칙이다.

 

이 책은 근대 이후 히트를 한 상품에 대한 기록이다. 히트를 하기 위해서는 1등을 해야 한다. 나는 1등보다 2등을 더 좋아하고 동메달보다 4위를 한 사람에게 더 눈길이 간다.

 

맥주 시장에서 오비가 1등 할 때는 의도적으로 크라운(하이트)을 마셨다. 이후 하이트가 히트를 해서 오비를 제치고 1등으로 올라서자 오비를 마셨는데 다시 오비가 1등을 하자 요즘은 하이트를 마신다.

 

라면도 농심이 1등이어서 2등인 오뚜기를 주로 먹는다. 물론 1등은 값진 것이고 거져 되는 것이 아니다. 경쟁사회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해야만 1등을 할 수 있고, 그 일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잘 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 것도 그 때문이다. 히트에는 운도 있어야겠지만 먼저 소비자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없는 것을 만들어서 1등을 한 것도 있지만 후발 주자로 출발해서 1등으로 올라선 경우도 있다.

 

경쟁사회에서 반짝 1등은 별 의미가 없다. 오랜 기간 1등을 유지해야 히트한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일종의 향수를 일으킨다고 할까. 지금은 사라진 히트 상품도 있지만 여전히 명성을 이어가는 상품도 있다.

 

삼강하드와 쭈쭈바의 추억, 그리고 지금은 거의 마시지 않지만 바카스, 칠성사이다의 아성은 실로 대단하다. 속옷을 지칭하는 메리야스라는 단어가 지금은 생소하지만 예전에 쌍방울, 백양, 독립문 메리야스가 엎치락뒤치락 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 외에도 초창기 가전업계에서 LG가 남긴 발자취를 히트 상품에서 알 수 있다. 치약도 합성세제도 라디오도 세탁기도 LG가 개척했고 오랜 기간 점유율 1등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삼성에 밀려났지만 여전히 가전에서 세계 일류기업이다.

 

특정 업체를 밀기 위한 책이 아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도시화가 되었고 기업은 소비자를 상대로 상품을 개발한다. 어떻게 그 상품이 탄생했고 당시의 사회상과 함께 흥미롭게 서술했다. 역사가 뭐 별건가. 이런 것이 모여 역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