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북쪽 교외에 자리한 하이게이트 공동묘지에는 마르크스가 묻혀 있다. 원래 그의 조국은 독일이다. 고향은 룩셈부르그와 프랑스의 접경 지역에 위치한 <트리에 Trier>라는 곳이다. 그러나 말년을 영국에서 보내다 세상을 떠난 곳이 런던이기에 그의 무덤이 런던에 자리하고 있다. 여기 외에도 런던 곳곳에 맑스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내가 영국 땅을 처음 밟고 가장 먼저 가본 곳이 바로 마르크스의 무덤이 있는 이곳이다.
문화의 차이겠지만 이곳의 공동묘지는 우리처럼 으스시한 곳이 아니라 노부부가 손잡고 산책을 하거나 심지어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들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공원이다. 밖에서 보면 이곳이 묘지라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아름드리 나무가 빼곡한 숲일 뿐이다. 거기다 공동묘지 담장 바로 너머에는 주택가가 즐비하고 묘지공원 한쪽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의 묘지에는 언제나 꽃이 놓여 있다. 아직도 전 세계에서 그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 때문이다. 오죽하면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이 그를 존경한 나머지 그의 무덤 뒤편에 작은 비석으로 남아 있겠는가. 2003년 처음에 갔을 때는 없었는데 나중 가니 2007년에 세상을 떠난 어떤 사람의 비석이 마르크스 묘지 뒤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맑스의 묘지석 맨 위에 너무나도 유명한 이 글귀가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Workers of all lands unite. 그리고 그 아래 써있는 이런 글귀도 보인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단지 여러가지로 해석해 왔을 뿐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변혁시키는 일이다. The Philosophers have only interpreted the world in various ways. The point however is to change it.
런던 시내 국회의사당 건너편 템즈강 남쪽에는 사우스 뱅크(South Bank)라는 지역이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템즈강의 풍광도 아름답지만 많은 카페와 함께 미술관과 공연장, 영화관 등, 각종 문화 시설이 여럿 자리하고 있다. 주말에는 야외 공연장에서 각종 공연이 열리면서 다른 볼거리가 엄청 많다.
이런 문화 시설이 많기 때문인지 이곳에는 주인과 산책을 나온 견공들도 어딘가 예술적으로 보인다. 그 곳으로 가는 길목의 대형 공연장 앞에 넬슨 만델라의 동상이 있다. 예전에 읽었던 그의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 Long Walk to Freedom>에서 충분히 느꼈지만 이 동상에는 이런 글귀가 써 있다. 투쟁은 나의 인생 The Struggle is My Life. 만델라가 그의 조국에서는 물론 세계적인 인물로 인정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델라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평생을 바쳤다. 맑스와 만델라는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위인들이지만 투쟁이라는 것이 꼭 거창하기만 하겠는가. 부당함을 그냥 넘기지 않고 감시하는 것,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지향하는 마음도, 그냥 살지 않으려는 자신과의 싸움도 일종의 투쟁이다. 미국의 인권연맹 (ACLU,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 본부 정문 앞에는 이런 문구가 씌여 있다고 한다. 자유는 영원한 감시의 댓가이다 Freedom is the price of permanent vigilance. 투쟁,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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