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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한테 배우다 - 복효근

개한테 배우다 - 복효근 동네 똥개 한 마리가 우리집 마당에 와 똥을 싸놓곤 한다 오늘 마침 그 놈의 미주알이 막 벌어지는 순간에 나에게 들켜서 나는 신발 한 짝을 냅다 던졌다 보기 좋게 신발은 개를 벗어나 송글송글 몽오리를 키워가던 매화나무에 맞았다 애꿎은 매화 몽오리만 몇 개 떨어졌다 옆엣놈이 공책에 커다랗게 물건 하나를 그려놓고 선생 자지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킥킥 웃었다가 폐타이어로 만든 쓰레빠로 괜한 나만 뺨을 맞은 국민학교 적이 생각나 볼 붉은 매화가 얼마나 아팠을까 안쓰러웠다 나도 모름지기 국가에서 월급 받는 선생이 되었는데 오늘 개한테 배운 셈이다 신발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고, 매화가 욕을 할 줄 안다면 저 개 같은 선생 자지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복효근 시집, 마늘 촛불, 심지 꽃 ..

한줄 詩 2014.04.16

궤도 - 김광호

나는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많은 영화를 보기보다 마음 가는 영화를 깊이 보는 것을 선호한다. 이 영화도 몇 번을 봤던가. 대사가 거의 없는 영상으로 쓴 詩라고 해도 되겠다. 아니 대사가 필요 없다. 스포일러 따질 것도 없다. 어릴 적 사고로 두 팔을 잃은 남자는 엄마에 대한 미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안고 산다. 외딴 집에서 홀로 산나물을 캐며 살기에 누구와 대화할 일도 없다. 가슴에 깊이 박힌 상처 때문에 말문을 닫고 산다고 해도 되겠다. 두 발로 담배를 꺼내고 성냥을 켜고 깊이 들이 마신 담배 연기를 내뿜을 때의 고독이라니,, 절로 애틋함과 동시에 남자의 신산한 인생에 한숨이 나온다. 천년 묵은 고독이 이런 것일까. 발로 면도도 하고 머리까지 감는다. 없으면 불편하지만 팔이 없다고 죽으란 법은 없는 모..

세줄 映 2014.03.21

내 삶에 비겁하지 않기 - 박동식

내가 책을 읽는 가장 큰 목적은 나를 돌아보고 반성하기 위함이다. 옛날에는 남에게 아는 체를 하기 위해서거나 정보를 찾아 지식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책을 읽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 내 삶에 보탬이 되기는 했다. 그것과 함께 내 거짓말이 함께 늘어난 것도 있다. 내 삶은 늘 그렇게 어설프면서 꼬질꼬질했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아무리 꾸미려고 해도 이것이 내 오리지널인 것을,,, 부실한 내 삶 때문에 제목이 더 끌리기도 했지만 이 작가는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나처럼 이 사람도 방랑기가 몸에 사무치게 박혀 있어서 일찍부터 여행을 했다. 근 20여년 전일 거다. 이 사람이 인도를 여행하고 쓴 책이 있었다. 마지막 여행이었던가? 암튼 그때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 떠돌던 내가 많은 감동을 받았..

네줄 冊 2014.03.11

낙엽귀근 - 장양

이 영화는 두 번을 봤다. 시간 없는 내가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일이 웬만해선 드물다. 볼수록 중국의 현대민속을 보는 것 같아 몰입감이 생긴다. 이 영화야말로 진정한 리얼리즘 영화다. 많은 영화를 보기보다 좋은 영화 제대로 보기라고 해야겠다. 예전에 사진가 최민식 선생의 글에서 읽었다. 독재시절 최선생을 잡아다 족치기를 왜 아름다운 금수강산 찍지 않고 지하도 노숙자 같은 밑바닥 계층을 찍어 나라 망신을 시키냐고 했단다. 오직 좋은 것만 보여줘야 한다는 독재자들의 컴플렉스다. 이 영화가 그렇다. 중국의 감추고 싶은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급성장으로 인한 온갖 사회문제가 있다. 빈부격차, 부정부패, 노동착취, 매혈, 위조지폐까지 중국의 온갖 사회악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난..

세줄 映 201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