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두 번을 봤다. 시간 없는 내가 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일이 웬만해선 드물다. 볼수록 중국의 현대민속을 보는 것 같아 몰입감이 생긴다. 이 영화야말로 진정한 리얼리즘 영화다. 많은 영화를 보기보다 좋은 영화 제대로 보기라고 해야겠다.
예전에 사진가 최민식 선생의 글에서 읽었다. 독재시절 최선생을 잡아다 족치기를 왜 아름다운 금수강산 찍지 않고 지하도 노숙자 같은 밑바닥 계층을 찍어 나라 망신을 시키냐고 했단다. 오직 좋은 것만 보여줘야 한다는 독재자들의 컴플렉스다.
이 영화가 그렇다. 중국의 감추고 싶은 치부를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도 급성장으로 인한 온갖 사회문제가 있다. 빈부격차, 부정부패, 노동착취, 매혈, 위조지폐까지 중국의 온갖 사회악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가난을 벗기 위해 시골에서 올라온 도시 노동자가 주인공이다. 사회에서 만난 우정은 풍션껌이라는데 두 중년 남성은 술자리에서 약속을 했다. 혹여 하나가 죽게 되면 살아 남은 사람이 친구의 고향을 찾아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
한 사람이 죽었다. 이제 약속을 지킬 차례다. 좁은 한국 같으면 한나절이나 하루면 고향 땅을 밟을 수 있을 테지만 광활한 중국 땅이다. 친구의 시신을 메고 천리길 고향땅으로 길을 나선다. 이 영화가 로드무비 영화의 진수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술에 취한 사람으로 가장해 버스를 타고, 트럭을 얻어 타고, 수레를 빌리는 등 남자의 귀향길은 고난의 연속이다. 도중에 만나는 사람들의 일상이 중국의 현대 사회 모습이다. 웃다가 울다가 결국에 씁쓸해지는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쫒겨 나고, 얻어 터지고, 사기 당하고 그러다가 순박한 인심에 위로도 받는다. 그 와중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순박한 사랑의 맹세까지 한다. 힘들게 당도한 친구의 고향은 거대한 댐 공사로 인해 수몰되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없다.
지금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몇년 후엔 이 영화에 나온 풍경마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 되돌아 볼 수 있는 영화다.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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