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박생강

마루안 2018. 4. 25. 23:01

 

 

 

다른 점은 재산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무척 보수적이다. 분단과 더불어 시작된 한국 현대사에서 권력을 잡았던 기득권층은 보수당이었다. 친일과 반공으로 무장한 그들이 조중동을 애독하고 종편을 사랑한다.

소설 속의 사우나에도 늘 종편을 틀어 놓고 있다. 그 화면을 보면서 상류층은 종북과 빨갱이 타령으로 혀를 찬다. 그런데 종편을 번갈아 틀면서도 하나의 종편만은 외면을 하는데 바로 JTBC다. 이 방송사도 그들이 사랑하는 중앙일보 계열이지만 손석희 사장이 오면서 그들과 멀어졌다.

이 소설 제목이 <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킬 것과 감춰야 할 것이 많은 그들에게는 JTBC가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종일 조중동과 TV조선을 보면서 세상을 바라보니 당연한 결과다.

소설은 특별한 사건이나 아슬아슬한 전개 없이도 아주 흥미롭게 읽힌다. 상류층인 그들도 사우나에서는 서로에게 무심하다. 벗은 몸이어서가 아니라 암묵적으로 서로가 당당하고 깨끗한 인생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없는 놈이 발 뻗고 잔다는 말이 이런 데서 나왔지 싶다.

무조건 가진 자를 욕할 필요는 없다. 부자가 최고급 아파트나 정원 딸린 비싼 집에서 살고 외제차 몰면서 백화점 쇼핑하는 것 나쁘게 보지 않는다. 상대적 박탈감도 내가 밥을 굷지 않기에 별로 느끼지 않는다. 문제는 부의 축적이 지나치게 부당하다는 거다.

요지의 노른자 아파트를 수십 채씩 갖고 있으면서도 계속 부동산 투기로 주택시장을 교란시키며 재산을 불려간다는 것이다. 돈이 돈을 번다는 것으로 일종의 불로소득이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 있다는 말이 그냥 나왔겠는가. 상속세를 교묘하게 피하면서 부를 대물림하는 것도 재벌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들이 가진 것을 지키는 안전한 방법은 사회가 혼란스러워야 한다. IMF 사태로 경제가 엉망일 때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지만 그들은 한몫 단단히 잡았다. 남북이 교류를 끊고 서로 헐뜯으며 으르렁거리고 북한이 미사일을 쏘며 미국과 맞짱 뜨자던 안보 불안일 때가 그들에게는 낫다. 남북 화해 시대를 불편해하는 이유다.

나는 실제로 JTBC만 본다. 언제부턴가 공영방송인 KBS와 MBC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한 10년 전쯤 만해도 가장 MBC를 믿고 봤는데 지금은 JTBC를 가장 신뢰한다. 요즘 두 공영방송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해도 한번 JTBC에 말뚝을 박으니 쉽게 옮기지를 못한다. 내가 뉴스나 스포츠 중계 외에는 TV를 잘 안 보는데 뉴스룸과 썰전을 열심히 보고 있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룸은 본방 사수를 못하면 나중 유튜브로 꼭 보는 편이다. 왠지 안 보면 그 날의 한 끼를 거르는 느낌이 들어서다. 나의 이 소설 감상문 끝은 이렇다. 나는 JTBC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