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로 사는 법 - 박봉준 호숫가의 바람이 어디서 오는지 갈대를 보면 안다 뒤돌아서서 바람을 귓등으로 흘려보내는 갈대는 고개만 끄덕일 뿐 결코 맞서지 않는다 약자의 생존 방식을 누가 함부로 말하는가 먼저 나서지 말거라 아버지는 나에게 유언처럼 말씀하셨다 백발이 빛나는 갈대를 보면 이십 리 장에 가셨다가 해거름에 오시는 아버지 같다 그렇게 사셔도 기껏 예순다섯 해밖에 못 사셨다 *시집/ 단 한 번을 위한 변명/ 상상인 내 편 - 박봉준 식구끼리 편 가른다고 어릴 적 어머니한테 그렇게 혼나고도 지금도 그 버릇은 뼛속에 파편처럼 박혀서 기회만 되면 뽀족한 가시를 세웁니다 엎치락뒤치락 새벽에야 끝난 개표방송 우리 편이 졌다고 우울하다는 친구가 꽃은 이미 시들었으니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