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매미 새집에 들다 - 이윤승 지친 노구를 끌고 와 꽃밭에서 생을 마감한 말매미 한 마리 풍장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 들어 살던 감나무 집 아래 풀씨들 찾아와 흰 꽃으로 장식한 아담한 관 속 나무에 붙어 있는 자세로 엎드린 채 누워 있다 평생 걸쳤던 낡은 육신을 벗어던진 후 몇 번의 비가 더 내리고 햇살들 앞다투어 찾아들면 낡은 몸뚱이는 왔던 곳으로 서서히 스며들 것이다 생전에 얼마나 웃고 울었는지 지상에서 보낸 짧은 삶은 따뜻했는지 물끄러미 바스러진 날개를 내려다본다 위로를 전할 상주 없는 관을 내려다보며 짧고 뜨거웠던 노래를 떠올리며 등짝을 덮은, 한때 빛나고 환했을 날개를 생각하며 우주의 세입자가 떠난 감나무 빈방 창가를 한참 동안 바라다보았다 골목을 지나온 바람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