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줄 冊

강남을 읽다 - 전상봉

마루안 2019. 6. 23. 21:45

 

 

 

서울 강북에서만 38 년째 살고 있어서일까. 같은 서울인데도 강남이 먼 나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서울에 처음 정착하고 2년 후 옆 동네로 딱 한 번 이사를 하고는 36 년째 한곳에서 살고 있다. 앞으로도 이사갈 일은 없을 듯하다.

애초에 투자에는 관심이 없었다. 재산 형성의 가장 좋은 방법은 땀흘려 번 돈 푼푼히 적금 들고 만기 되면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는 것이 최고라고 여긴다. 평생 복권 한 장 사본 적 없고 요행을 바라며 도박장 부근을 기웃거리다 심심풀이 도박을 해본 적 없다.

그저 곰처럼 일하면서 틈틈히 책 읽고 영화나 전시회장 다니고 휴가에는 여행을 가는 것이 최고의 호사다. 휴가도 젊었을 적 몇 번 성수기에 갔을 뿐, 철저히 성수기를 피해 간다. 비수기 여행이 번잡스럽지 않고 경비도 절약 되고 여러모로 좋다.

강남은 서울이면서 특별한 지역이다. 그래서일까. 한강 다리 하나만 건너면 바로 닿는 곳이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별로 갈 생각이 없는 곳이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가 본 적은 있지만 왠지 불편한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함을 느낀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 또한 삭막함을 가슴에 담고 사는 것처럼 보여 안쓰러울 때가 있다. 주소를 적을 때 서울 강남구 어쩌구 하면 "좋은 곳에 사시네요"라는 말을 듣는다지만 나는 강남이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제목대로 강남의 형성 과정을 세밀하게 기술한 책이다. 당연 아름다운 문장은 없다. 강남이라는 지명의 유래도 흥미롭게 기록했다. 한강 남쪽이라는 강남은 원래 영동이라고 불렀다. 영등포 동쪽이라는 뜻이다. 비 내리는 영동교 할 때 그 영동이다.

서울이 인구가 팽창하자 한강 이남인 영등포 지역까지 확장이 되고 처음으로 한강 남쪽에 영등포구가 생긴다. 김포공항도 영등포구였고 구로동, 관악, 동작, 반포 등도 영등포구였다. 영등포 주변은 그런대로 공장이 있었으나 반포나 잠실은 허허벌판이었다.

그때 강남을 개발하면서 영등포 동쪽이라는 뜻으로 영동이라 불렀다. 서울 도심에 있는 명문 고등학교를 강남으로 강제 이전할 때는 재학생은 물론 동문들까지 들고 일어나 반대를 했다고 한다. 각종 특혜를 주면서 옮기게는 했으나 독재 시절이라 가능했다.

이후 8학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졸부들 신분 상승의 받침대가 되었다. 잠실 주변의 롯데 왕국이 형성되는 과정도 불법과 비리로 얼룩이 졌다. 이후 타워팰리스라는 고급 아파트가 생기고 그들만의 구별짓기는 강남을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든다.

강남이 부자들이 몰려 살게 되면서 완전 보수화가 되어 보수 정치의 본거지가 되었다. 지난번 총선에서 깨지긴 했어도 여전히 보수 정치인이 강남 지역을 지키지 못하면 다른 곳도 무너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책으로 강남이라는 지역을 제대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