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똥패 - 박이화

마루안 2013. 1. 26. 05:28



똥패 - 박이화



화투라면
꾼 중의 꾼이었던 나도
다 늦게 배운 고도리 판에서는
판판이 깨어지고 박살납니다.
육백시절의
그 울긋불긋한 꽃놀이 패를
그러나 고도리 판에서는 만년 똥패를
미련 없이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늘상 막판에 피박을 쓰기 때문이지요.
그러니까 나는 저 한물간 낭만주의에 젖어
이 시대의 영악한 포스트모던에 영합하지 못했던 겁니다
사랑도 움직인다는 016 디지털 세상에서
나는 어리석게도 아날로그 추억에
젖어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지금 내 생애도
버리지 못하는 패가 하나 있습니다.
젖은 꽁초처럼 미련 없이 던져야 하는데도
홍도의 순정으로 도무지,
내 손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패가 하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이 더 이상 히든 패가 아닌 세상!
잊어야 하는데도
언제 어디서나 흥얼거려지는 당신
흘러간 동숙의 노래처럼
그리움이 변해서 사무친 미움이라면
당신은 분명
내 생애 최악의 똥패인지 모릅니다.



*박이화 시집, 그리운 연어, 애지
 

 





 

주식사각지대에서 - 박이화



한 종목과 사랑에 빠지지 말라

이건 주식시장의 격언이지 그래 그건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일만큼

무모하고 맹목적일지 몰라

하지만 고통 없는 사랑 없듯

모험 없이 대박의 요행을 바라는 건

이 바닥에선 하수 중의 하수.... 나 역시

그런 알량한 방식으로 이 세상을 상대하기 싫어

자, 주사위는 던져졌어

남은 건 전부가 아니면 無

운명을 건 마지막 한 판 마지막 배팅에서

급락과 급등.... 지옥과 천당의 그 처절한 스릴

극치의 오르가즘을 만끽하지 못한 자

웃기지 마라!

너는 사랑에서나 인생에 대해 조오또 모르는 사람이니





# 비록 사랑도 인생도 조오또 모르지만 똥패든 꽃패든 이미 결정된 결말,, 그렇다고 이 패를 보여줘 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