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어르신이 있다. 거의 쪽방 수준인 그의 공간에는 온갖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일찌기 그와의 인연으로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있던 가족도 뿔뿔히 흩어졌다. 그에게 남은 건 방바닥에 널려있는 물건들처럼 어수선한 추억들 뿐이다. 펑생 가난하게 살았고 단촐한 삶은 팔십이 넘어도 여전하다. 그가 말했다. 어서 죽어야 할 텐데,, 늙으면 죽어야지. 폐만 끼치고 말야, 그의 목소리는 한쪽에 치워진 양은냄비처럼 덜그럭거렸다. 거동이 불편한 그를 대신해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손톱도 깎아주었다. 야윈 손이 수수깡처럼 가벼웠다. 손톱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말동무를 해주다 그의 집을 나섰다. 큰 길로 나오니 함성소리가 요란하다. 종로 거리 한쪽 방향을 노인들이 완전히 점령했다. 태극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