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줄 哀

맹목적인 황혼의 역행

마루안 2018. 2. 24. 21:03

 

일주일에 한 번씩 방문하는 어르신이 있다. 거의 쪽방 수준인 그의 공간에는 온갖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일찌기 그와의 인연으로 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있던 가족도 뿔뿔히 흩어졌다. 그에게 남은 건 방바닥에 널려있는 물건들처럼 어수선한 추억들 뿐이다.

 

펑생 가난하게 살았고 단촐한 삶은 팔십이 넘어도 여전하다. 그가 말했다. 어서 죽어야 할 텐데,, 늙으면 죽어야지. 폐만 끼치고 말야, 그의 목소리는 한쪽에 치워진 양은냄비처럼 덜그럭거렸다.

 

거동이 불편한 그를 대신해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손톱도 깎아주었다. 야윈 손이 수수깡처럼 가벼웠다. 손톱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말동무를 해주다 그의 집을 나섰다. 큰 길로 나오니 함성소리가 요란하다.

 

종로 거리 한쪽 방향을 노인들이 완전히 점령했다. 태극기를 든 노인들이 박근혜 석방을 외친다. 인도에 서 구경하던 아줌마 하나가 혀를 끌끌 차더니 몇 마디 충고를 한다. 그러자 태극기를 든 할아버지가 삿대질과 함께 욕설을 퍼붓는다. 무지막지한 욕이다.

 

그들은 자기와 생각이 같지 않은 사람을 포용하지 못한다. 누구든 의사 표현은 자유다. 집회의 자유도 있다. 그러나 자기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싸잡아 욕설을 하는 것은 문제다. 똥이 더러워서 피한다는 듯 서둘러 자리를 뜨면서 여자가 한 마디 한다.

 

아무래도 저런 늙은이들 보기 싫어 내가 먼저 죽어야 할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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