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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봄 풍경 - 견학

청와대 견학을 다녀왔다. 새로 뽑힌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완전 개방을 한다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있을 때 가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 건 없겠으나 문대통령 퇴임 전에 청와대를 보고 싶어 올해 초에 예약을 했다. 예전에 청와대는 근처에만 가도 검문을 심하게 했다. 청와대와 가까운 부암동에 오랜 친구가 살고 있어 잘 안다. 문통 재직 시절에 청와대 앞길도 24시간 완전 개방을 했다. 그전에는 청와대 앞길도 민간인은 아무 때나 지나 갈 수 없었다. 각종 야외 행사가 열리는 상춘재 잔디밭 녹지원이다. 뒤에 보이는 한옥이 상춘재다. 주로 외빈 접견 장소로 쓰인다. 예전의 청와대인 경무대가 있던 자리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정희, 전두환까지 여기서 집무를 보았다. 경무대 자리가 명당이..

여섯 行 2022.04.16

친구가 복권을 사라고 했다 - 류흔

친구가 복권을 사라고 했다 - 류흔 어떻게든 견뎌야 한다. 꼬박 오십팔 년하고 삼 개월 그래왔듯 앞으로도 살아야 한다. 깨진 유리조각처럼 뾰족한 슬픔이나 나의 면모가 상세히 기록된 플라스틱 칩 따위 와작 와작 씹어 삼키며 현장에 가야 한다. 그간의 나는 끈질긴 나의 용의자, 누군가에게 추적을 당했다면 범인은 나 자신이다. 고통 없이 잘 찔리기 위해 날을 벼려왔다. 원하는 국면이 찾아오기를 소원하며 살아왔으니 나의 천적이 나일밖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구나 익지 않은 술을 은밀한 어디에 묻어두었는지 친구에게 가리켜주지 않은 채 나는 죽었다, 어제 밤 야하고 아리따운 꿈속에서. 깜짝 놀라 허둥대면서도 기척 내지 않으려고 아주 멀리 있는 아버지와 가까이 있는 어머니와 다른 방에 잠든 가족을 위해 죽음보다 ..

한줄 詩 2022.04.14

들판의 권력 - 이우근

들판의 권력 - 이우근 꽃은, 자기 자리가 좋으면 얼른 씨를 뿌려 그 자리를 내어주고 홀연히 사라진다 계절을 넘어 더 좋은 꽃으로 피고 들판은 무상으로 임대를 내어주고 그 대부분의 배경과 풍경인 잡풀들은 더욱 생식력이 좋아 더불어 번성하면서 혼자인 듯, 모두 다인 듯 어깨동무할 이유가 없지 않아서 그 아래의 자잘한 것까지 거듭 거두어가며 지평을 넓힌다 창백하나 검소한 겨울이 가면 본능적으로 포실한 봄이 오는 없어도 많은, 넘치는 공간 순환이 순한 곳 그것이 들판의 권력 널브러져 있는 사소한 것들 미세하게 산소를 공급하는 존재들 잊혀진 것들 그러나 아무도 평등이나 계급을 요구하지 않으니, 그 충만한 무욕(無欲), 구름의 미끄럼틀이라 낄낄거리고 바람의 정거장이기도 해서, 그냥 오줌 막 누고 싶은 들판 그렇게..

한줄 詩 2022.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