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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콩 같아서 - 박수서

마음이 콩 같아서 - 박수서 그런 거 있잖아 책상 위에 놓여있던 화분이 말라 죽어 치워버리면 유독 그 빈자리가 신경 쓰여 무엇이라도 채워 놓고 싶은 마음 어느 날은 외려 비우려 애써도 책상 유리에 붙인 오래된 중국집 광고 라벨처럼 긁어내려 아무리 밀어도 말끔하게 비울 수 없는 젖은 눈곱처럼 끈적해진 마음 그런 마음, 밤새 알을 낳는 흰 눈에게 들킬까 봐 자다 깨다 괜한 알전구만 켰다 껐다, 전선을 팽팽히 잡아당기는 심장 쪽 전류 를 꽁꽁 얼려 망가트리려 냉골을 찾아 웅크리고 울어도 콩콩 뛰는 마음 마음이 마음의 어깨를 툭 치고, 마음이 마음의 마음을 금가게 하고 마음이 마음에게 미안해하고, 마음이 마음을 마음 아프게 하고 그런 마음, 방갈로 짓고 식어버린 도시락이라도 까먹고 싶은 날 멀리 떠나 당도하지 ..

한줄 詩 2022.04.16

지구 6번째 신 대멸종 - 최백규

지구 6번째 신 대멸종 - 최백규 봄이 와도 죽음은 유행이었다 꽃이 추락하는 날마다 새들은 치솟는다는 소문이 떠돌고 창밖엔 하얀 유령들만 날렸다 네평 남짓한 공간은 개의 시차를 앓고 핏줄도 쓰다듬지 못한 채 눈을 감으면 손목은 파도의 주파수가 된다 그럴 때마다 불타는 별들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구나 살아있는 동안 심장 끝에서 은하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안다 늙은 항성보다 천천히 무너져가는 지구라면 사각의 무덤 속에는 더러운 시가 있을까 흙에서 비가 차오르면 일초마다 꽃이 지는 순간 육십초는 다음 해 꽃나무 퍼지는 담배 향을 골목에 앉아 있는 무거운 돌이라 생각해보자 얼어붙은 명왕성을 암흑에 번지는 먼 블랙홀이라 해보자 천국은 두번 다시 공전하지 못할 숨이라 하자 이것을 혁명이자 당신들의 멸망이라 적어놓겠다..

한줄 詩 202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