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콩 같아서 - 박수서
마음이 콩 같아서 - 박수서 그런 거 있잖아 책상 위에 놓여있던 화분이 말라 죽어 치워버리면 유독 그 빈자리가 신경 쓰여 무엇이라도 채워 놓고 싶은 마음 어느 날은 외려 비우려 애써도 책상 유리에 붙인 오래된 중국집 광고 라벨처럼 긁어내려 아무리 밀어도 말끔하게 비울 수 없는 젖은 눈곱처럼 끈적해진 마음 그런 마음, 밤새 알을 낳는 흰 눈에게 들킬까 봐 자다 깨다 괜한 알전구만 켰다 껐다, 전선을 팽팽히 잡아당기는 심장 쪽 전류 를 꽁꽁 얼려 망가트리려 냉골을 찾아 웅크리고 울어도 콩콩 뛰는 마음 마음이 마음의 어깨를 툭 치고, 마음이 마음의 마음을 금가게 하고 마음이 마음에게 미안해하고, 마음이 마음을 마음 아프게 하고 그런 마음, 방갈로 짓고 식어버린 도시락이라도 까먹고 싶은 날 멀리 떠나 당도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