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순하고 착해서 - 정채경 이모는 아기처럼 쌔근쌔근 잠을 잘 잔다 남편의 강짜에 눈 밑에 퍼렇게 그늘이 내려앉아도 사고로 남편을 보내고 주위에 떠밀려 소송을 준비하던 때도 절대 자신의 고통을 남에게 내비치지 않았다 남편을 땅에 묻고도 끄덕끄덕 잠은 오고 꼬르륵 주린 배는 밥을 달라 아우성이더라 때맞춰 밥 먹고 잠 한숨 자고 나면 다 살아지더라고 나이 서른다섯에 혼자되어 자식 셋을 키울 때 팔자 고칠 뻔한 남자가 있었다 끼니를 거르고 남자를 경계하는 자식들의 불안한 눈빛 때문에 돌부리 자갈길을 몇 날 며칠 터벅터벅 혼자 걸었다고 이제 편히 모신다며 요양원을 알아보느라 분주한 아들 자식의 마음을 읽을 수 없는 이모는 더없이 행복하다 결혼하는 손자에게 자신의 집까지 내어 주고 그저 잘 먹고 한잠 자고 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