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속한 여름 - 강시현 여름이란 세상에 널리 통하는 풍속이나 습속이어서 아름답다 햇살의 커튼이 처마를 걷어 올리는 만삭의 아스팔트 내음, 도시의 과육은 통속종합병원의 정성 어린 진단과 처방에도 물먹은 자두처럼 짓물러 갔다 도시의 처진 눈은 어디쯤에서 만난 통속을 끌어안고 한눈을 팔기도 했고 박꽃에 달빛 쏟아져 자작나무가 하얗게 취한 길을 끌고 오던 밤, 쓰린 공복(空腹)의 숲을 걸을 때 여름은, 햇살을 삼킨 거대한 입으로 연신 하품을 뱉고 통속의 단단한 경계 안에서는 살은 뼈의 속마음을 눈치채지 못하고, 욱신거리는 빌라촌 불빛에 발이 걸린 별의 군락지가 기우뚱하는데 그 틈으로 여름의 치마 속을 힘끔거리는 축축한 눈초리들 널리 통하는 습속은 그런 것인가 털어놓자면, 통속을 처음 만난 것은 시외버스 차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