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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로 올라가는 강물 - 박승민

버드나무로 올라가는 강물 - 박승민 등이 퍼렇게 얼어붙은 배(腹) 밑으로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파랑은 또 물컹, 물컹 흘러간다. 같은 몸이지만 다른 표정으로 한때, 밭에서 막 뽑아낸 배추 포기처럼 푸른 시절이 우세한 적 있었지만 폐나 위장, 내 기억의 일부는 수장고 속에서 죽었거나 죽어가는 중 아침마다 썩은 구취가 장롱 가득, 하품하는 입으로 아침 해가 들어온다. 몸이란, 죽은 시간과 살아 있는 시간이 겹치면서 서로 충돌하면서 그 무엇으로 살아가는 수로(水路). 어두워지는 한복판에서 빛을 오래 잡고 허물어져가는 물의 반짝이는 등을 본다. 죽은 몸이 푸른 봄을 허공에 걸어놓았다. 살아 있는 작은 잎이 관(棺)을 뚫고 시퍼런 꼭대기까지 삶을 끌고 간다. *시집/ 끝은 끝으로 이어진/ 창비 끝은 끝으로 이..

한줄 詩 2021.03.23

오늘의 작법 - 전형철

오늘의 작법 - 전형철 눈물짓되 눈물 흘리지 말 것 삶의 단어로 내 선 곳에서 가장 먼 데로 찌를 던질 것 열 번을 읽어도 모르는 것은 피돌기가 맞지 않음으로 과감히 폐기할 것 관념으로 휘젓고 감각으로 쓸 것 제목과 내용은 처가와 고부(姑婦)의 거리로 정위치시킬 것 미소와 울음을 양날의 검으로 삼을 것 신(神)보다 귀(鬼)나 마(魔)와 친분을 유지할 것 태양을 피하되 촉기를 잃지 말며 취하지 않음을 경계하고 만나는 것들의 이름으르 다시 지을 것 길은 돌아가되 마주할 작은 기적을 놓치지 말 것 세 단어로 말하고 한 줄을 소중히 할 것 기한을 지키지 말고 물고기를 잡지 말며 새의 길을 따르지 말고 바다와 허공을 문신으로 새길 것 채무와 추방을 지병 삼고 장수를 포기할 것 후손을 걱정하지 말고 이 별에 다시 ..

한줄 詩 2021.03.22

정 안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 정선

정 안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 정선 빌어먹을, 불안이 템버린을 흔들며 낙산 골목을 통과했다 단 한사람이면 족했다 제아무리 단단한 소금벽들도 혀로 허물어지고 두 손을 묶는다 해도 퇴색은 오는 것 이별은 단계학습이 필요치 않아 눈빛을 마주치고도 못 본 척 즐거이 웃는 잔인한 맥주잔 너머 그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던가 거품을 바탕그림 삼아 오 초의 눈빛을 견디니 결별은 더욱 견고해졌다 결별은 떫은 말, 어떻게든 살아내야겠다는 캄캄한 의지 애초에 누군가와 무엇을 도모한다는 건 내겐 슬갑도적 같은 일 금관을 쓰고 배꼽에 피어싱을 한 그는 이제 바람의 소유물이 되었다 나는 증오로 살아냈다 그러니까 증오는 숨탄것들의 부드러운 절규 증오가 민달팽이로 귓불을 핥았다 까똑, 스마트폰은 저 홀로 공중에 응답하고 덮어쓰시겠..

한줄 詩 2021.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