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게 피었다가 아프게 지는 - 신표균 사춘기를 앓기에는 봄날의 보폭이 너무 짧아 삼월이 종종걸음 친 다음에야 깨우쳤습니다 자목련 큰언니 부풀어 오른 암꽃이삭 버들강아지 칭얼대는 옹알이 듣고서야 브래지어 뽕 터진다는 것 삼월이 꼬리 감추려 할 즈음에야 눈치챘습니다 매화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봄꽃 네 자매 홍역 같기도 하고 황달 같기도 한 젖몸살 돌림병 앓는 줄 삼월이 그림자 거둘 무렵에야 깨달았습니다 겨울 궁전에서 동상 견딘 얼음 공주 언 손 봄볕 쬘 사이도 없이 자매들 초경 앓는 신음 견디다 못해 알몸 분신공양, 봄을 익히고 있습니다 어린 처녀 연달래 시집갈 나이 진달래 혼기 놓친 난달래 무덤가 맴돌다 미쳐버린 금달래 슬피 피었다가 아프게 지는 진달래 그렇게 참꽃이 되었습니다 *시집/ 일곱 번씩 일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