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사는 법 - 김선향 피아노를 치지 않은 지 아주 오래 입을 꽉 다물고 있는 거대한 악어 한 마리 방을 독차지한 그랜드피아노 그녀는 싱크대 앞에 요를 깔고 모로 눕는다 애인의 뺨을 어루만지듯 피아노를 보며 어렴풋이 웃는다 그녀가 유일하게 웃는 때 피붙이 대신 피아노 고양이 대신 피아노 피아노는 그녀의 마지막 허영 끼니를 거르더라도 내다 팔 수는 없지 손가락을 빨면 그뿐 피가 마르고 뼈가 녹아도 피아노는 안식 피아노는 구원 그녀를 피아노에 묶어 난바다로 떠밀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그녀는 곧 눈을 감겠지 *시집/ F등급 영화/ 삶창 구체관절인형 - 김선향 아이가 운다 사금파리처럼 텔레비전 빛이 새어 나오는 어두운 방에서 홀로 친구들은 다 갖고 있는 구체관절인형이 자기만 없다고 운다 야, 이년아 그 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