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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먼 곳 - 박근영

코로나 시대에 모든 일상이 엉망이다. 아무리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고 해도 영화관 나들이마저 눈치가 보인다. 철 없이 이 시국에 무슨 극장이냐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피해 가능한 이른 시간에 갔다. 조조는 할인도 되고 관객도 많지 않아 일석이조다. 진우(강길우)는 강원도 화천에 있는 목장에서 일한다. 중만(기주봉)이 운영하는 소와 양을 기르는 목장이다. 진우는 목장 주인은 물론 그 동네 주민들에게 성실한 젊은이로 인정을 받는다. 다섯 살인 딸 하나를 데리고 살지만 사실은 친딸이 아니라 조카다. 어느 날 진우의 친구 현민(홍경)이 목장으로 찾아온다. 현민은 길우의 동성 애인으로 시인이다. 둘은 화가와 시인으로 만나 연인이 되었다. 오랜 만에 만나 달콤한 시간을 보내는 현민은 화천의 성당에서 운영하..

세줄 映 2021.03.30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 김대호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 김대호 나이를 먹으면서 체중이 늘었다 그리고 그래서 그러나 딱딱하게 내 몸을 구성하던 물질들은 치아를 시작으로 깨지고 연화되었다 까칠했던 성격은 유연성하고는 상관없이 말랑해졌다 모든 것이 작은 알갱이로 퇴화하면서 내 몸은 모래언덕을 가진 하나의 사막이 되었다 무릎에도 바람이 들고 풍이 오려는지 한쪽이 자주 마비되었다 모래언덕에는 매일 바람이 불어 언덕의 지형이 매일 바뀌었다 그러면서 언뜻언뜻 모래언덕의 깊은 지층에 묻혀 있는 유물이 보이는 듯도 했다 그것은 꿈결에서나 잠시 보이던 내 근친들이었다 내 몸 안에 거처했지만 한 번도 만날 수 없었던 근친 내 유물들이여 딱딱하고 까칠한 조직에 걸려 깊은 지층에서 내 불쌍한 야망과 동선을 걱정했을 내 근친 내 유물들이여 난 요즘 감정과 기..

한줄 詩 2021.03.30

삼팔광땡 - 박윤우

삼팔광땡 - 박윤우 이제 달만 뜨면 되겠다 꽃패 한번 잡아 보겠다고 엉덩이 밑에 숨긴 3월 벚꽃 한 장, 방석 밑에서 만개해 있다 이승이 죽어야 나가는 판이라면 여기는 털려야 나가는 판이겠다 너무 오래 깔고 앉으면 꽃물 들 텐데, 만월 공산은 어느 산등성이에 홀패로 서 있나? 음복주가 몇 순배나 돌고 있는데 달은 지랄맞게 뜨지 않고 깔고 앉은 3월 벚꽃은 염치없이 애만 끓인다 한사코 달 없이 끝나는 파장 장례식장 계단을 나서니 어라! 하늘은 둥두렷한 만월 차지고 땅은 3월 벚꽃 흐드러진 꽃비 차지다 바야흐로 이승이 삼팔광땡이다 *시집/ 저 달, 발꿈치가 없다/ 시와반시 공터 - 박윤우 들어온 골목이 나가는 골목을 찾느라 두리번거린다 안 닿는 데를 긁으려고 억지로 팔을 꺾으면 거기, 공터를 견디는 공터가 ..

한줄 詩 202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