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구역 재개발 골목 - 이철경 온기마저 잃은 쪽방 모퉁이에도 목련은 피고 지는데 독거의 아랫목은 식은 지 오래 혈기왕성했던 꽃들과 달리, 하나둘씩 생을 놓는 저 거친 삶의 종착지 고독했던 사람은 더 고독해지고 눈물지던 사람 더 큰 슬픔에 흐느끼는 인적 끊긴 봄밤의 절규가 골목마다 아우성이다 저 힘없이 고개 떨구던 꽃들은 참회의 눈물로 누군가는 서럽게 울다가 생을 놓는 일이 허다하다 제각기 변명을 바람 앞에 늘어놓으며 죽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만, 처음 버려진 골목을 떠나지 못하는 유기견처럼 목련꽃 난자한 바닥에 깨진 달빛마저 처절하다 *시집/ 한정판 인생/ 실천문학사 한정판 인생 - 이철경 국가나 조직에서 입력된 명령에 따라 새벽이면 일어나 일과를 시작하지요 저녁이면 퇴근길 한잔의 술도 할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