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들짝, 봄 - 김정수 노총각 동생이 집을 나간 후부터 서울역 지하도 지나다닐 때마다 흘깃, 등 돌리는 얼굴들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느닷없이 검은 손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코 틀어막은 손가락 두 개 길을 종종댔다 가출한 동정은 따스한 눈으로 건너와 두 손에 건네지는 차가운 금속성, 혹은 쨍그랑 앞뒤로 젖혀지는 하루의 질책 외따로 떨어져 잠든 종이박스 왈칵 들춰보고 싶은 충동에 등 푸른 계단 아래로 굽고 마지막 통화와 함께 사라진 욕설 화석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서울을 떠날 때마다 뒤 돌아보는, 세 살 터울 같은 습관 네모난 풍경에 갇히고 계절마다 찾아오는 잦은 외출이 해감 될 즈음 면역력 약한 삶 하나가 환절기를 넘지 못한 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오랜 세월 귀에 머물던 절벽의 야유에서 이명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