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그럴 때가 있잖아요 - 최세라 소외에도 순서가 있었다 장애인 먼저, 그리고 노인과 병자 나는 죽어서 장례식장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질투했다 짐짝을 밀며 절뚝절쭉 화물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메마른 뺨 같은 흙부스러기를 껴안고 문장 속을 내달리는 잡초의 군락지들 곳곳에 있었다 계절도 타지 않았다 생육조건이 같다는 이유로 잡초의 군단을 이루고 있는 나도 아버지 당신도 잡초였습니까 이따금 서광꽃 노을 빛이 물속으로 흘러들었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귤빛이 조금 옷게 만든다지만 이유없이 절실해지는 날은 내가 내 인생의 악역 배우라는 생각 그래서 어쩌면 물 속에 들어앉아 천장이거나 바닥이거나 몸을 빈틈없이 두르는 벽이거나 자루인 흐린 물 속에 들어앉아 당신을 잃었을 때 들려 오던 약한 맥박을 한 번만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