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을 냈다. 1984년 시 전문지 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으니 등단 37년이 되었다. 그 세월을 온전히 담아낸 시집이 총 여덟 권이다. 나는 그가 냈다는 몇 권의 산문집은 읽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그가 낸 시집 여덟 권은 빼 놓지 않고 읽었다. 초기 시부터 현재까지 그의 시풍을 온전히 느낀 셈이다. 내가 박남준 시집을 처음 만난 건 두 번째 시집으로 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다. 얼음장처럼 서늘하게 스치는 맑은 싯구에서 슬픔이 뚝뚝 묻어났다. 시에 눈도 뜨도 못했던 내가 이 시집을 읽게 된 것은 우연히 라는 그룹 사보에 실린 모악산방 소식과 시인의 인터뷰를 보면서다. 허무주의가 사무치도록 온 몸에 박힌 사람이었다. 그때 느낀 생각이 이 사람 오래 살지 못하겠구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