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746

북한산, 육모정-영봉-백운대-비봉-탕춘대

북한산 종주를 위해 육모정을 출발해 영봉을 거쳐 백운대를 올랐다. 여기서 출발해 족두리봉까지 오르면 북한산 종주라 할 수 있다. 가랑비가 내리는 중에 육모정을 출발했다. 이슬비 내리는 용덕사에서 녹음된 염불 소리가 들린다. 아무도 없는 절 주변을 걸으며 한참을 머물렀다. 영봉이 가까워질 때 비가 개기 시작한다. 멀리 인수봉이 보인다. 영봉에 도착한다. 비가 개면서 인수봉을 감싸고 있던 구름 안개가 서서히 물러난다. 영봉 지나면 바로 하루재가 나온다. 예전에는 여기서 잠시 쉬어가기도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줄을 쳐서 막아버렸다. 인수암에 도착할 때쯤 해가 나기 시작한다. 출발할 때 비 온다고 투덜거릴 필요 없다. 날씨는 이렇게 산행을 돕는다. 문을 닫은 백운대피소다. 예전에 자주 이용했던 곳인데 새로 정비해..

일곱 步 2021.05.20

애초 걸었던 길 - 류성훈

애초 걸었던 길 - 류성훈 봄이 너무 미끄러워서 그랬어요. 육절기가 골목을 저미는 사이, 갓 난 힘줄과 헌 힘줄 사이, 멸종 전의 계절 몇 가닥이 분별없이 솎아진다 굳어 갈수록 짙게 무르익는 피 냄새 눈 감아도 찾아갈 좁은 잎맥들이 소복한 거읏을 긁는다 너희는 집을 나서기 이전, 혹은 나설 집도 없던 아이들의 비릿한 연륜 속, 벗어나지 못할 불티 위에 열쇠를 꽂았다 애초 걷던 길을 밟고 밟는 바람에 따갑고 요란하게 물들 때 노란 스쿠터들이 뜨거운 기름 위에서 박식하게 여물어 간다 너희는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길들에 대해 말했고 갈 수밖에 없었던 길들에 대해 들어야 했으니 욕설 같은 날카로움으로 번듯한 흉터를 닮은 모습으로 의자 위에서 살아남은 잔뼈들이 분별없이 걸레질했다 술기운으로, 따뜻한 피 냄새 ..

한줄 詩 2021.05.18

중년 - 김종필

중년 - 김종필 연애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망해서 울고 흥해서 웃고 한 고비 두 고비 내 부실한 이가 되고 그대 부실한 관절이 된 지금 손잡고 발맞추며 먼 황혼을 향하는 길 죽음이란 강 건널 때도 손 놓지 않고 혼자 남아 울지 않도록 *시집/ 무서운 여자/ 학이사 사랑은 없다 - 김종필 얼굴도 모르고 만난 첫날밤 옷고름 풀며 약속했지 날 사랑한다고 떠나는 일 없을 거라고 말했던 당신인데 날마다 당신을 기다리며 서러움과 눈물로 보낸 시간 그리워한 것도 죄인 건지 세상은 내게 죄를 묻네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내 맘에 내 눈에 눈물 나게 한 당신 사랑했다 말하지 마라 내일은 오실까 모레 오실까 애타는 밤에 기도했지 날 사랑한다고 기다리면 돌아온다고 말했던 당신인데 날마다 당신을 기다리며 서러움과 ..

한줄 詩 2021.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