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동에서 죽음의 방식 - 전장석 마치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처럼 죽음은 골방에서 사흘 만에야 꺼내졌다 이웃집 할머니의 말이 적중했다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들키고 말았다 잠든 척하며 119차에 실리기 전까지 죽음은 가장 평온한 잠에 떨어져 있었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만찬 틀니를 물고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최초의 발설자가 얼굴을 쓰다듬자 식은 손이 침대 밖으로 튀어나왔다 의심할 여지없는 자연사라며 구급대원들은 시신을 재빨리 수거하였다 가족들은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다 어쩌면 목격자들이 유가족이 될지도 모른다 하필이면 가파른 언덕길 꼭대기 삶이었다니 이제 길을 내려가야 하지만 팽팽한 곳을 향해 그는 처음 올라가고 있는 중이다 딱 한 번만! 하고 눈 뜨려다 내려가는 길을 보고 안심한 눈을 다시 감았다 *시집/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