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 - 윤의섭 제자리에 떠 있는 새는 바람과 맞서는 중이다 다른 항로는 없다 새는 지금 충분히 무겁다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입니다 물망초 우리 일생이 그런 거죠 안 그러면 얼마나 서럽겠습니까 얘기를 들으면서 한참을 머물렀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나에 대한 기억이 쌓이는 건지 희미해지는 건지 언제부터 이 산책을 나섰는지 떠오르지 않아 깨고 나면 잊힐 게 분명한 생시였다 지난 모든 순간들이 한꺼번에 펼쳐졌으므로 구릉으로부터 바람이 밀려온다 나무들의 지붕이 쓸리고 뒤따라 노을구름과의 꼬리가 흩어진다 걷는 게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다 이 생이란 지워지지 않은 네 생각들로 가볍지 않다 *시집/ 내가 다가가도 너는 켜지지 않았다/ 현대시학사 애사 - 윤의섭 내가 꾸는 가장 긴 꿈은 너와의 일초에 대해서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