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步

여수 영취산

마루안 2013. 4. 12. 08:26

 

 

올 봄에는 꼭 진달래를 보러 가야지 했는데 그만 때를 놓쳤다. 무궁화호 야간열차를 타고 여수역에 내리니 새벽이다. 몇 명이 자고 있는 대합실 의자에서 배낭에 기대어 두 시간쯤 눈을 붙였다.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삶을 계란에다 자판기 커피를 한잔 했다. 중년 부부가 있기에 영취산 가는 길을 물었다. "진달래 보러 왔어요? 꽃이 다 졌을 텐디,," 남자의 말에 아내가 말한다. "올 봄이 쬐끔 추워서 아적은 있을 거요."

 

꽃이 피면 어떻고 지면 어떠리. 나는 그들이 가르쳐준 버스를 타고 영취산 입구에서 내렸다. 이른 아침의 흥국사는 사람이 없다. 며칠전까지 진달래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을 것이다. 한적한 경내를 돌며 이 조용한 봄날을 만끽했다. 이 맛에 여행한다.

 

 

 

 

만발한 진달래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남은 꽃들이 제법 있었다. 영취산은 비교적 순한 산이다.

 

 

만개 시기가 지나선지 등산객이 많지 않아 좋다. 제대로 날짜를 골랐다.

 

 

 

 

 

 

 

 

 

 

 

남도의 봄은 일찍 왔다가 일찍 간다. 아직 봄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떨어진 꽃잎이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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