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의 깊이 - 김사인 풍경의 깊이 - 김사인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한줄 詩 2013.08.24
호박등 - 황지우 호박등 - 황지우 젊은 나이에 암수술을 한 친구를 문병갔다 온다. 그는 이미 알아챈 듯, 질린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다. 그 앞에 다가오는 巨한 그림자에 그의 신체 일부가 들어가고 있었다. 내 손에 놓인 그의 손, 짜식, 어린 시절 우리는 이 손 잡고 산으로 들로 쏘다.. 한줄 詩 2013.08.23
이사, 악양 - 박남준 이사, 악양 - 박남준 결국 남쪽 악양 방면으로 길을 꺾었다 하루 종일 해가 들었다 밥을 짓고 국 끓이며 어쩌다 생선 한 토막의 비린내를 구웠으나 밥상머리 맞은편 내 뼈를 발라 살점 얹어 줄 사람의 늘 비어 있던 자리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따금 아직도 낯선 아랫마을 밤 개가 컹컹거리.. 한줄 詩 2013.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