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의 달력 - 임경남 더는 갈 데가 없는 13월의 달력은 냉골이다 일마저 끊긴 겨울에는 말이 입안으로 말려들어가 목소리까지 증발해버린다 나는 수취인불명 식은 텔레비전은 혼자 놀고 전화기는 손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인기척이 졸아든 집에 행주는 비틀린 채 말라가고 달력의 표정은 똑같다 오래 전에 탕진해버린 젊은 날 파산한 추억은 검은 비닐봉지 안에서 납작하고 흔들리며 가는 독거는 갈아입을 감정이 없다 어떤 부호도 와서 같이 살지 않은 탓이다 누구에게도 번지지 못하고 봉지처럼 캄캄해지느라 희망의 패를 놓친 사적인 백산빌라는 한 켤레의 어둠을 신고 끈질기에 나를 찾아오는 것인데 *시집/ 기압골의 서쪽은 맑거나 맛있거나/ 북인 이명(耳鳴) - 임경남 이명은 빵 속에 빵이 사라진 난처함이다 뿌리는 어디에 걸어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