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예의 - 김승강 먹다 남은 음식을 버리지 못하는 나를 좀스럽다 하겠지요 바닥에 떨어진 빵부스러기는 개미도 먹고 진드기도 먹는다고 하셨죠 잔반은 개도 먹고 돼지도 먹는다고도 하셨지요 저는 굶주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하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버려지는 음식이 아깝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버려지는 음식이 안타까워요 버림받는다는 건 안쓰러운 일이죠 내가 거두고 싶어요 고아를 입양하듯이 버리려면 나에게 버려주세요 내 위가 음식물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해도 좋아요 내 몸이 음식의 고아원이 되어도 상관없어요 상한 음식이 아니라면 저를 주세요 음식은 음식으로서 역할을 다할 때 음식인 거겠죠 그들의 역할이 다하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그게 나를 살게 하고 우리를 식구이게 한다고 봅니다 *시집/ 회를 먹던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