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들판에서 - 박남원 이승에서 살다 살다 해탈까진 못하더라도 먼지 때 묻은 마음밭 열심히 쟁기질하여 갈고 닦기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눈 내려 수심 깊은 들길 한줄기. 우물물 길어 올리듯 세상 하나 길어 올리며 결국, 수많은 사람 중에 그대에게 가는 길. 가도 가도 길 아닌 길 위에서 길조차 눈이 되어 흩날리는데, 그대는 어느 심연의 바닷가에서 눈 내리듯 어디쯤 오고 있는가. *시집/ 사랑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어느 날/ 도서출판 b 소한 추위 - 박남원 소한 추위에도 인부들은 인력사무실 기름 난롯가에서 순서를 기다렸다. 피곤함과 초조함이 날실처럼 교차하는 이른 새벽. 얼룩진 페인트 벽 위로 흐릿한 형광 불빛은 밤 거미처럼 기어 다니고 연장 가방에 담긴 하루치의 연명은 한겨울 날파리처럼 가볍다.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