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일이란 - 안태현 영덕에서 일출을 보고 오는 길에 삼중 추돌 사고를 당했다 당신은 새해 액땜한 셈 치자고 말했으나 나는 이 좋은 세상에서 때마침 오가는 일을 생각했다 먼 산에 흩날리는 눈보라 엉겁결에 얻어 입은 죽은 사람의 옷 한 벌 알몸에 걸치고 있었다 떠나본 일이 없는데 나를 여기에 둔 채 저곳으로 빠져나가 이마트 정육점에서 저녁에 먹을 고기를 고르고 겨울딸기를 먹으며 티브이 뉴스 속의 나를 구경한다면 밤의 심심함으로부터 후생이 시작될 것이다 고속도로에 낭자한 피 한 방울 없는데 타이어들이 슬금슬금 비켜 간다 나는 이미 피비린내다 나는 이미 끊어진 운명선을 쥐고 사라진 것들 뒤에 숨어서 다정다감한 가장의 위엄을 잃었다 우리가 만난 건 몇십 년 헤어지는 건 찰나 나는 알 수 없는 냉정함 속으로 ..